“풋볼시즌 개막…규칙만 알면 재미있어요”

미국 서부개척 역사 상징하듯 ‘땅따먹기’ 방식으로 진행

경기규칙 ‘초등학교’ 수준…몇가지 용어 마스터하면 ‘끝’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스포츠는 단연 아메리칸 풋볼(미식축구)이다. 대학 풋볼은 이미 지난 주에 시작됐고 프로리그인 NFL은 12일 2021~2022년 시즌 개막식을 갖고 5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이날 개막전에서 애틀랜타 팰컨스는 한인 키커 구영회의 2차례 필드골에도 불구하고 필라델피아 이글스에 32대 6으로 대패했다.

각종 스포츠를 좋아하는 한인들도 미국 풋볼 경기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이 풋볼경기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풋볼은 아무리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한인들이 많지만 사실 풋볼의 규칙은 매우 간단하다.

한인들이 좋아하는 야구가 대학교 텍스트북 수준의 경기 규칙서(Rule Book)를 갖고 있다면 풋볼의 규정은 초등학교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 무궁무진한 작전의 묘미가 있어 볼수록 재미가 있는 스포츠다. 올해는 조지아대학교(UGA)가 41년만에 전국 챔피언십을 노리는 해이기도 한만큼 다음과 같은 풋볼 규칙을 알아두면 좋을 듯 하다.

1. “땅 따먹기”

풋볼은 미국의 서부 개척역사를 상징하듯 경기의 전체 구조가 ‘땅 따먹기’ 게임과 유사하다. 길이가 총 100야드(약 91.4m)인 경기장의 자기 편(보통 25야드 라인)에서 출발해 상대방 편의 마지막 라인(엔드 존, End Zone)에 도달하면 점수를 얻는 방식이다.

선수가 직접 공을 갖고 엔드 존에 입성하면 터치다운(Touchdown)으로 6점을 얻고, 그 전에 킥을 해서 엔드 존에서 10야드 더 떨어져 있는 골대에 공을 차 넣는 필드 골(Field goal)을 성공시키면 3점을 얻는다. 보통 엔드 존이 너무 멀어 공격기회 안에 터치다운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필드 골을 시도한다.

터치타운을 성공시키면 곧바로 가까운 거리에서 보너스 킥을 찰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성공시키면 1점을 추가로 얻는다. 3점짜리 필드 킥을 2번 성공시키는 것보다 터치다운을 1번 하는 것이 더 유리하게 한 것이다.

2. 전진방법과 다운(Downs)

상대방 진영으로 전진하는 방법은 단 2가지, 패싱(Passing)과 러닝(Running) 뿐이다. 패싱은 말 그대로 공을 던져서 받는 것이고, 러닝은 공을 들고 뛰는 것이다. 수비는 공격수들의 몸을 껴안아 잡거나 태클을 통해 전진을 저지할 수 있는 반면 공격수들은 수비팀을 밀어낼 수는 있지만 껴안거나 잡지는 못한다.

공격팀은 4번의 기회동안 패싱이나 러닝을 통해 최소한 10야드를 전진하면 또 4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이 기회를 풋볼에서는 다운(Down)이라고 부른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수비팀에 유리한 태클 규정 때문에 4번의 기회안에 10야드를 전진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공이 땅에 닿거나 공격수의 무릎이나 팔꿈치가 땅에 닿으면(down) 기회가 끝나기 때문에 다운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4번째 기회에도 10야드를 채우지 못했을 경우 그 자리에서 공을 넘겨줘야 하기 때문에 자기 진영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3번만 기회를 사용하고 4번째 기회(4th down)에서는 보통 공을 상대방 진영으로 멀리 차서 보내는 펀트(Punt)를 한다. 이렇게 펀트를 하면 자신의 공격기회를 포기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공을 받다가 놓치지 않는다면 바로 공격권을 넘겨줘야 한다. 물론 상대방 진영에서 골대와 가까운 거리라면 필드 골을 차게 되고, 터치다운을 노리고 4번째 기회에서도 공격을 하는 경우도 많다.

3. 경기시간과 선수 구성

풋볼은 농구와 비슷하게 15분씩 4쿼터로 경기가 진행된다. 전반전과 후반전 경기가 시작될 때와 자신의 팀이 득점을 한 뒤에는 자신의 진영 35야드라인에서 공을 발로 차서 상대방 진영으로 보내는데 이를 킥오프(kickoff)라고 한다. 이렇게 킥오프된 공은 상대팀이 받아 전진할 수 있는데 이때 양 팀이 서로 뛰어나가는 모습이 고대,  중세시대의 전투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전반전 즉 제2쿼터가 끝나면 20분의 휴식시간을 갖는데 이를 하프타임(Halftime)이라고 한다. 슈퍼볼에서는 바로 이 하프타임에 세계적인 가수들이 공연을 갖는다. 정규 경기시간은 1시간에 지나지 않지만 파울이나 작전타임 등으로 시간이 멈추고 TV 광고를 위한 시간도 배정돼 있어 보통 3시간 안팎이 걸린다. 4쿼터가 끝나서도 동점이 되면 연장전을 갖는데 프로와 아마추어의 연장전 승부 결정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풋볼은 공격수 11명과 수비수 11명이 함께 필드에서 경기를 갖는다. 같은 선수 9명이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하는 야구와는 달리 풋볼은 보통 공격 전문선수와 수비 전문선수가 나눠지기 때문에 최소한 22명은 있어야 경기가 가능한 셈이다. 여기에 필드 킥을 하거나 펀트를 날릴 때만 전문적으로 나서는 스페셜팀(Special Team)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 프로리그인 NFL은 1팀당 53명의 선수를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격팀에서는 공을 처음 받아서 던지거나 러닝하는 선수에게 전달하는 쿼터백(Quarterback)이 핵심이다. 야구로 치면 투수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쿼터백이 던진 공을 전문적으로 받는 와이드 리시버(Wide Receiver)와 공을 들고 달리는 러닝 백(Running Back)도 중요한 포지션이다. 이밖에 수비수들을 몸으로 막아내는 오펜시브 라인(Offensive Line)과 공도 받고 태클도 하는 타이트 엔드(Tight end)등으로 공격팀이 구성된다.

수비팀은 최전방을 담당하는 디펜시브 라인(Defensive line)과 중간 수비수인 라인배커(Linebacker), 후방 수비수인 코너백(Cornerback)과 세이프티(Safety)가 있다. 스페셜팀은 필드골을 차는 키커(Kicker)와 펀트를 하는 펀터(Punter), 킥오프나 펀트된 공을 받아 전진하는 리터너(Returner)등이 주요 포지션이다.

4. 플래그(Flag)

몸싸움이 치열한 풋볼에도 농구처럼 다양한 종류의 반칙이 있다. 반칙이 발생하면 심판 중 한명이 갖고 있던 노란 깃발을 땅에 던지기 때문에 풋볼의 반칙을 플래그(flag)라고 부른다. 가장 흔한 반칙은 공격 시작 전에 공격수나 수비수가 먼저 움직이는 프리모션(pre-motion) 반칙으로 False Start(공격)나 offside(수비)라고 부른다. 쿼터백에게 공을 스냅해서 전달하기 전에는 정지상태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반칙이 존재하는데 이는 경기를 시청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이상연 대표기자

킥하는 구영회 [A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