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정상회담 승자는 시진핑?

최근 한반도 상황 중국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어

[뉴스1 박형기 중국전문위원] 30일 판문점에서 미북 정상이 전격 회동하자 전세계 언론이 한반도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세계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았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세계 언론은 대부분 북미 대화의 불씨를 살렸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 미국 언론은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약속 없이 양 정상이 사진을 찍는 ‘리얼리티 쇼’를 연출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 최고의 권위지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긴장이 흐르는 남북 접경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것은 전대미문의 장면”이라며 “이는 대선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가짜 외교’가 미국, 한국 정권에 사소한 영광을 부여하는 동안 인권침해를 자행하는 북한 핵정권이 정당화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한반도 상황이 자신의 의도대로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 장면 -1

시계를 4일 전으로 돌려보자. 선진 20개국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오사카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시 주석은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들에게 3차 정상 회담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을 약속했다”며 “중국은 북한과 미국의 지도자들이 새로운 대화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장면 -2

이어 29일 미중은 무역전쟁 휴전을 발표했다. 미국은 더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더 나아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도 완화했다.

그런데 중국이 양보한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

시 주석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 줄 테니 무역전쟁과 화웨이 제재를 완화해 줄 것을 미국에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 장면 -3

시 주석은 이를 위해 치밀한 사전 작업을 벌였다. 시 주석은 지난달 20일~21일 북한을 국빈 방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열린 집단체조를 관람하며 박수치고 있다.(CCTV 캡쳐) 2019.6.21/뉴스1
당시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북미대화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시 주석이 북한 카드를 이용해 미중 무역전쟁을 완화하려 했던 것이다. 그는 주도면밀하게 작전을 펼쳤으며, 결국 성공했다.

그동안 북미정상회담은 한국이 중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국이 중재한 것이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지난달 27일 “북미 협상을 해도 남한을 통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북미 대화를 중국을 통해 추진할 것이란 선전포고다.

북한의 비핵화가 남북미 3자회담에서 남북미중 4자회담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4자회담은 훨씬 복잡하다.

미국과 중국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반도 통일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결정적 차이가 있다. 중국은 한반도가 통일되면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이라는 위협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한반도가 통일돼도 미군이 한국에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주한미군 문제가 북미 평화 프로세스에서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북한 비핵화 협상이 남북미 3자회담에서 남북미중 4자회담으로 변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현 통일부 장관은 세미나 축사하는데 바쁘다고 일갈했다. 노대가의 일갈이 어느 때보다 크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