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 반환” 언급까지…친미성향 파나마 ‘부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파나마 운하의 높은 요금을 비판하며 미국 선박에 부과되는 ‘바가지 요금’을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요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파나마 운하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파나마 운하는 원래 미국에 의해 만들어졌고 우리의 관리 아래 있었다”며 “미국 선박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필요하다면 운하의 반환을 요구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발언은 그가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가운데 나오며 많은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대선 후보로서 경제적 불공정 문제를 주요 캠페인 이슈로 삼고 있으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발언들은 주요 선거구에서 그의 지지를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파나마 운하는 1904년 미국에 의해 건설이 시작되어 1914년에 완공되었으며, 이후 1999년 파나마에 완전히 귀속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해상 운송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파나마 운하의 통행료 인상은 국제 해운 분야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해상 물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선주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실제로 파나마 운하의 지배권을 다시 찾으려는 시도는 많은 국제적, 법적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트럼프의 파나마 운하 통제권 환수 언급에 ‘전통적 미국 우방국’인 파나마에서 반발 기류가 형성되고 있어 외교쟁점으로까지 비화할지 주목된다.
파나마 최대 야당인 중도좌파 성향 민주혁명당(PRD)은 22일 엑스(X·옛 트위터)에 “파나마 운하는 ‘받은’ 게 아니라 우리가 되찾아 확장한 곳”이라며 “트럼프의 용납할 수 없는 발언에 맞서 정부는 우리의 주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파나마 국회 최대 의석(71석 중 21석)을 차지하고 있는 무소속 연합에서도 “우리 민족의 기억과 투쟁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표했다.
에르네스토 세네뇨와 그레이스 에르난데스 등 다른 의원들도 독립 국가로서의 자치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현지 일간 라프렌사파나마는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파나마 운하가 잘못된 손에 넘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중국이 운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중국은 파나마 운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나, 홍콩계 기업 CK허치슨이 파나마 운하 지역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파나마 운하 건설(1914년 완공) 주도 후 85년 동안 파나마 운하를 관리했다. 1999년에 파나마 정부에 운영권을 넘겼다.
파나마는 다방면에 걸쳐 미국 영향권에 있는 상태에서 양국 간 대등한 관계 구축을 목표로 전통적으로 ‘친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취임한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은 콜롬비아·파나마 국경 지대인 다리엔 갭으로의 이주민 행렬 억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로는 연간 최대 1만4000척의 선박이 통과할 수 있다. 전 세계 해상 무역의 3∼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나마 운하청(ACP)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기준 미국 선적 선박은 1억5706만t(톤)의 화물을 실어 나른 것으로 집계됐다.
압도적인 1위 규모로, 2위 중국(4504만t), 3위 일본(3373만t), 4위 한국(1966만t) 선적 물동량을 합한 것보다 1.5배 이상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