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면책특권 결정 여파…트럼프측 ‘유죄평결 파기’ 주장
조지아주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사건 재판도 영향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평결을 받은 ‘성추문 입막음 돈’의 형량 선고일이 9월 18일로 두 달 연기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일 보도했다.
연기된 기간 담당 재판부는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 행위에 면책특권이 인정된다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선고에 영향을 미칠지를 따질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 재판을 맡은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량 선고 날짜를 앞서 공지한 오는 11일에서 9월 18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전날 법원에 제출한 서한에서 연방 대법원 결정 내용을 반영해 입막음 돈 재판 유죄 평결을 파기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오는 10일까지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11일로 예정된 형량 선고 일정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측 변호인단의 추가 문서 제출 및 재판 연기 요청에 검찰은 “실익이 없다”면서도 “반대하지 않는다”라는 입장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어 트럼프 전 변호인 측 서한에 대한 답변서를 이달 24일까지 제출하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지난 1일 연방 대법원은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행위는 퇴임 이후에도 형사 기소 면제 대상’이라는 주장을 일부 수용하는 취지의 결정을 했다.
대법원은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 행위는 면책 특권이 있으나 사적 행위는 면책특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변호인단은 법원에 제출한 서한에서 “트럼프 재임 기간 공적 행위 관련 증거는 배심원단에 제시되지 않았어야 했다”라고 주장했다.
WSJ은 재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 호프 힉스 전 백악관 보좌관의 법정 증언 등이 공적 행위 관련 증거물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힉스 전 보좌관은 법정에 나와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입막음 돈 지급 의혹 관련한 언론보도 대응을 논의한 적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변호인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에 대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포함한 일부 증거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직 시절에 나온 것으로, 면책 특권의 대상이 돼 형사재판 증거물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다만, 지난해 이 사건을 뉴욕 법원에서 연방 법원으로 옮기려던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기각했던 한 연방 판사는 당시 이 사건의 핵심 혐의는 ‘사생활’과 관련이 있으며, “대통령의 공적 직무와는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코언을 통해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달러(약 1억7천만원)를 지급한 뒤 그 비용과 관련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맨해튼 주민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는 34개 범죄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라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 앞서 머천 판사는 오는 11일 형량을 선고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연방 대법원 판결로 조지아주 검찰이 기소한 대선 결과 뒤집기 의혹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조지아주 사건은 수사 검사인 네이선 웨이드 특별검사가 패니 윌리스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사장과 사적인 관계를 맺은 게 드러나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조지아주 사건이 재임 중 행위와 관련됐다는 점에서 트럼프 측이 면책특권을 내세워 소송 각하를 주장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