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냐, 오스틴이냐…삼성전자 부지 결정 ‘초읽기’

20조원 반도체 공장 투자 향배 이르면 이달중 발표 전망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지난 8일 삼성전자의 제2파운드리 공장에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1년 가까이 이어온 삼성전자의 최종 부지 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모습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모습 [삼성전자 제공]

◇ ‘파격 혜택’ 제시로 유리해진 테일러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와 테일러시는 삼성전자 미국 법인이 참석한 가운데 8일 합동 회의를 열고 삼성이 제안한 세금 인센티브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미국의 IT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가 윌리엄슨 카운티와 테일러시의 별도 재산세 인센티브 계약을 통해 10년간 약 3억1400만달러(약 3674억원)를 절감할 것”이라고 10일 보도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20년 동안 오스틴에서 받았다고 알려진 세제혜택 43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현지의 또다른 매체는 삼성이 10억달러(약 1조1665억원) 이상의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릴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대신 테일러시 거주자나 테일러시 독립교육지구(ISD) 소속 청소년을 매년 24명 이상 인턴으로 채용해 반도체 공장 등 산업 현장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부여하고 내년부터 매년 평균 30만 달러(약 3억5000만원) 이상을 기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윌리엄슨 카운티는 삼성의 1800명에 대한 직접 고용과 별개로 반도체 공장 건설 과정에서만 6500∼1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 관망하던 오스틴시, 반격 나설까

테일러시가 파격 지원을 결의하면서 유력 후보지였던 오스틴시를 제쳤다는 분석이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과 테일러시의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은 올해 초 기습한파로 인한 오스틴시의 단전·단수 결정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한달 이상 오스틴 공장이 셧다운(가동 중단)되며 3000억∼4000억원의 손실을 봤고 재발방지 대책과 보상 방안을 촉구했으나 오스틴시는 미온적이다.

제2공장에 대한 인센티브 역시 삼성전자는 20년간 8550만달러(약 9000억원)의 혜택을 요청했지만, 최종 승인된 오스틴시의 인센티브 규모는 3분의 1에도 못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세제혜택 외에도 입지·용수·전기·접근성 등 다양한 측면을 검토해 최종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는 테일러시의 파격 지원을 받으며 여유를 갖게 된 삼성전자가 일단 오스틴시 움직임을 지켜본 뒤 최종 확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 바로 인근에 신규 공장 부지를 매입해 작년 말 용도변경까지 마쳤다.

부지 확보가 안돼 있는 테일러시 지역은 토지 매입부터 인허가까지 새로 진행해야 한다.

테일러시와 윌리엄슨 카운티 등은 부지 매입과 개발 허가 등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이나 오스틴시에 비해 공장 완공 시점은 최대 1년 정도 늦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오스틴시가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면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오스틴 어메리칸 스테이트먼트는 “트래비스 카운티는 여전히 (삼성전자와) 프로젝트를 협의중이며 인센티브 패키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오스틴시는 협상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1심 속행 공판 출석하는 이재용 부회장
1심 속행 공판 출석하는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미국 파운드리 TF 막바지 검토…”이르면 이달 내 공개” 전망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 태스크포스(TF) 주도로 현재 막바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아직 부지가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확정 발표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추석 연휴 동안 의사 결정을 마친 뒤 이르면 이달 내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와의 격차를 좁히고 인텔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도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이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TSMC는 현재 미국과 일본, 유럽 등으로 대규모 신규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반도체 황제’ 인텔도 최근 미국 애리조나에 이어 유럽 2개 지역에 최대 800억 유로(약 110조3000억원)를 투자해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40조원 투자 계획 발표에서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 목표를 재확인하고 투자 확대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2파운드리 공장에는 고가의 첨단 극자외선(EUV) 장비가 동원돼 차세대 초미세 공정인 3나노미터(㎚)의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확보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삼성도 더는 결정을 늦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나면서 삼성의 투자 시계가 빨리 돌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