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 이탈리아 다음은 미국?

늦은 초기 대응-병원 과부하 이탈리아와 닮은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만명을 돌파한 이탈리아 다음에 이 바이러스의 희생양이 미국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미국도 초기 대응이 늦은 데다 몰려드는 환자들에 의해 의료 시스템이 붕괴될 지경인 이탈리아의 전철을 밟은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초기 대응 늦은 이탈리아, 결국 세계 2위 발병국 오명

10일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Vox)에 따르면 불과 3주전만 해도 이탈리아는 코로나19 영향이 미미했고 당국은 큰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확진자가 3명에 불과해 상점과 카페은 여전히 문을 열었고, 관광객은 넘쳐났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11일 현재 전국 누적 확진자 수 1만149명, 사망자 631명이다. 확진자는 물론 사망자수도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특히 이탈리아의 치명률은 6.21%로,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평균치 3.4%보다 월등히 높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탈리아 전지역 봉쇄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런 처방을 내린 이유를 이탈리아 의료 체계가 지나치게 간소화되어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경우 나타날 병원 마비사태를 우려해서라고 보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 지역 조차도 병상 부족과 의료진 부족으로 고전을 겪고 있다. 이 사태가 상대적으로 가난한 남부까지 확대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 이탈리아 북부, 부자 지역이지만 병원 마비 직전

바젤 대학의 한 연구원은 “이탈리아는 대부분의 의료 시스템이 상당히 간소화되어 있어 환자 수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자원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그간 이탈리아가 효율이나 의료의 질을 위해 의료 시스템을 간소화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특히 환자가 많이 나온 북부 롬바르디 지역병원의 병상 80%가 코로나19환자가 차지하고 있다. 임신부와 아기, 암환자 등 다른 환자들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여력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늘의 이탈리아가 내일은 다른 나라’가 될 수 있다며 그 가장 강력한 위험국으로 미국을 꼽는다.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롬바르디지만 관리들의 대응이 늦어 전면적인 위기를 맞은 것처럼 의료 선진국 미국도 이미 대처가 늦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 “미국 확진자 실제보다 10배일 것” :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의 트레버 베드포드 연구원은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1월 중순 이미 이 지역에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동료들과 ‘넥스트스트레인’이라는 세계 감염병 확산 추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그는 시애틀 지역의 독감 확산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수집한 데이터를 코로나19 확산 모델에 적용했다.

이에 따르면 시애틀은 현재 1100여명에 이르는 확진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미국 전체로 확대하면 지난 3월1일 기준으로도 이미 9484건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조지타운대 로렌스 고스틴 교수는 “코로나19의 많은 확진과 사망자 발생이 이탈리아에만 특정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부화로 몸살을 앓는 의료시스템하에서 실제로 그 병보다 다른 병으로 더 많이 사망한다”고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미국에 병상과 의료 장비 확보 등을 비롯해 중국처럼 코로나19 테스트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키트를 제공하는 등 의료 장벽을 낮추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병을 가진 환자들이 약국, 병원에 나타나지 않도록 디지털 의료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존스홉킨스대학 통계에 따르면 10일 현재 미국의 확진자는 972명, 사망자는 28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