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으로 호스피스 치료중 생일상…백악관에 축하 조형물 등장
단임으로 끝난 재임 시절보다 퇴임후 평화 촉진·자선활동 더 빛나
백악관 잔디밭에는 이날 카터 전 대통령 나이인 ‘100’을 표현한 대형 조형물이 ‘카터 대통령님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등장했다.
민주당 출신으로 카터 전 대통령의 ‘후배’ 대통령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전에 공개한 영상 축하 메시지를 통해 “대통령님, 나는 당신을 정말로 존경합니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대한 당신의 희망찬 비전, 더 좋은 세상을 향한 당신의 헌신, 인간의 선함이 가진 힘에 대한 당신의 흔들림 없는 믿음은 계속 우리 모두를 인도하는 불빛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카터 전 대통령이 부인 로절린 여사와 함께 설립한 ‘카터센터’의 운영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손자 제이슨 카터는 “모든 사람이 이 땅에서 100살까지 사는 것은 아닌 터에, 누군가가 100세까지 살면서 그 시간을 그렇게 많은 사람을 위해 그렇게 많은 좋은 일을 하는 데 사용했다면 그의 100세 생일은 축하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카터도서관과 박물관에는 카터 전 대통령의 초상화 전시 등 축하 이벤트가 열렸다. 앞서 지난달 17일에는 카터센터 주최로 애틀랜타의 폭스 극장에서 축하 콘서트도 미리 열렸다.
카터 전 대통령은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 이래 미국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올랐던 사람 중 현재까지 가장 장수한 인물로 남아있다.
현재까지 카터 외에 90세 이상 장수한 역대 미국 대통령은 제2대 존 애덤스(90세 일기로 별세), 38대 제럴드 포드, 40대 로널드 레이건, 41대 조지 H.W. 부시(이상 93세 일기로 별세) 등 4명이다.
카터는 주이란 미국대사관 인질 구출 작전 실패 등의 여파로 재선에 실패하면서 단임(4년)으로 임기를 끝낸 뒤 공화당 소속인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 자리를 넘겼다.
하지만 카터는 재임 시절보다 백악관을 떠난 뒤의 활동이 더 눈부셨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생 평화와 인권을 옹호한 그는 해비타트 사랑의 집 짓기 운동과 미국-북한 관계, 보스니아 사태 등에서 평화의 사절로 활동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과는 재임 중 주한미군 철수 추진과 신군부 용인 논란 등 논쟁적인 사안들이 있었지만 ‘전직 대통령’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