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대한항공 조원태 ‘백기사’

지난해말 MOU 체결 후 한진칼 지분 1% 매입

“협업 강화 차원” 해명 불구 경영권 영향 주목

카카오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1%를 매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한진가 경영권 분쟁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카카오는 사업상 협력 강화 차원에서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한진그룹 경영권 향배에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해 12월5일 대한항공과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한진칼 지분 1%가량을 매입했다. 당시 시세로 미뤄봤을 때 매입가는 2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카카오의 한진칼 지분 매입은 3월 주주총회를 위한 주주명부폐쇄일인 지난해 12월26일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지분 매입 사실도 주주명부 정리 과정에서 뒤늦게 알려졌다.

앞서 카카오는 대한항공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항공 여객 서비스를 비롯해 플랫폼, 핀테크, 커머스, 콘텐츠, 디지털 전환 등 전방위 협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 측은 이번 지분 매입이 대한항공과의 지속적인 협업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사업적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최근 카카오는 인공지능(AI) 등 기업간거래(B2B) 시장 확대에 나서면서 산업계와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SK텔레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지분 매입으로 카카오는 원했든 원치 않았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남매간 경영권 분쟁의 한가운데 서게 됐다.

현재 조 회장(특수관계인 포함 22.45%)과 전략적 제휴관계인 델타항공(10%)의 지분을 더하면 32.45%로, 조 전 부사장(6.49%)과 연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사모펀드 KCGI(17.29%), 반도건설(8.2%)을 합친 31.98%와는 0.47%포인트 차에 불과하다.

이처럼 양측 모두 우호지분이 절실한 상황인 만큼 카카오가 보유한 1%가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측은 ‘오비이락’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한진가 남매 분쟁에서 자유로울수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진 카카오가 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카카오와 대한항공의 MOU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조 회장의 강력한 의자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카카오와 조 회장의 ‘사전 교감설’도 제기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의결권을 가진 건 맞다”며 “이를 행사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활주로에서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