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파 의원도 일본에 빼앗긴 외교력”

글랜턴 주의원, 일본 총영사 주선으로 일본 방문

지역구 내 공립학교에 일본어 과정 신설도 확정

한인의날 결의안 통과 등 친한 정책 주도 정치인

미주 한인의 날 행사를 주도하는 등 대표적인 ‘친한파’ 정치인인 마이크 글랜턴 조지아주 하원의원이 오는 11월 일본 정부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하고 지역구내 공립학교에 일본어 과목을 신설하기로 해 한인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글랜턴 의원은 지난 25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시노즈카 다카시 일본 총영사의 주선으로 오는 11월17일부터 23일까지 1주일간 일본을 공식 방문한다”면서 “외무성 등 일본 정부 인사들과 만나 조지아주와 일본의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총영사관 등과의 협의를 통해 지역구인 클레이턴카운티 존스보로시의 한 공립학교에 일본어 과정을 신설하는 계획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면서 “이르면 내년부터 일본어 교육이 실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학교는 6~12학년을 위한 공립 매그닛 스쿨인 ‘엘리트 스콜라스 아카데미’로 클레이턴카운티 공립학교에 일본어 과정이 설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방문 위해 2년을 기다렸는데…”

일본 방문 배경을 묻자 글랜턴 의원은 “지난 1월 다카시 총영사가 관저로 초청해 서로 깊은 대화를 나눴으며 이 자리에서 일본 방문에 대한 의사를 타진받았다”면서 “지난 18일 존스보로에서 열린 펀드레이징 행사에도 다카시 총영사가 직접 참석해 축하를 했으며 이 자리에서 방문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한국 총영사관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18일 행사에도 초청장을 보냈는데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면서 “나중에 총영사가 출장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들었는데 오늘(25일) 갑자기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31일 미팅을 갖기로 했고, 아직 장소는 확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아들이 서울에서 미 육군으로 근무했고 조지아주의 한인들과는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한국을 가장 먼저 방문하고 싶었다”면서 “사실 2년전 한인 인사들로부터 ‘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한국정부에 요청하겠다’는 말을 들어 내심 기다려왔는데 그동안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렇게 신경 써달라고 얘기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자 글랜턴 의원을 통해 조지아 주정부와 협력해오던 한인사회 인사들은 심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한 한인 단체장은 “한인사회의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고, 한국정부의 일에 가장 협조적인 정치인이기 때문에 수년간 총영사관에 신경 써달라고 얘기해왔다”면서 “10년 가까이 한인사회가 공들여 우리편으로 만든 주요 정계 인사를 방치하다가 몇달만에 일본 총영사관에 빼앗긴 꼴”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 총영사관은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브룩헤이븐시 시의원을 일본에 초청하는 등 한국과 관련있는 지역 정치인들에 접촉해 ‘자기 사람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최근 한일 무역갈등이 첨예화하면서 이같은 움직임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게 공통된 지적이다.

다른 한인 인사는 “생색나는 보고용 행사를 10번 개최하는 것보다 중요한 정치인 1명을 제대로 설득하는 것이 미국내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한인들의 위상을 높이는 진짜 외교일 수 있다”면서 “이번 일을 교훈삼아 총영사관이 해야 할 일을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글랜턴 의원은 “일본을 방문한다고 알리자 친하게 지내는 한인 인사들이 개인적으로라도 한국에 초청하겠다고 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면서 “조지아주 하원의원으로서 우방국가들과 다양한 교류를 펼치는 차원에서 일본을 방문하지만 한인사회에 대한 고마움은 잊지 않고 있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마이크 글랜턴 의원은?

조지아주 롬 출신의 마이크 글랜턴 의원은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조지아주 제75지구를 지키고 있는 6선의 중견 정치인이다. 미 육군 출신인 글랜턴 의원은 존스보로시 뉴 라이프 크리스천 처치의 담임목사이기도 하다.

한인사회와는 노숙자 선교단체인 미션아가페를 통해 깊은 관계를 맺었고 이후 조지아 주의회의 미주 한인의 날 선포를 주도하는 등 ‘친한’ 정책을 펼쳐왔다. 주의회의 한국군 월남참전 용사의 날 선포와 한국계 입양인 구제결의안 채택도 그의 작품이다.

매년 열리는 미주 한인의 날 결의안 행사에서 사회를 맡아 한인사회에 더 친근한 그는 최근엔 한인업체인 뷰티마스터 및 채플뷰티와 함께 메트로 애틀랜타 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지난해 미주 한인의 날 선포식에 참석한 마이크 글랜턴 의원(왼쪽 2번째)./조지아주 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