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부연합회 이취임식 위해 역대 회장단 한국-LA에서 방문
흔한 분규 한번 없는 모범단체 위상…차세대 사업 ‘올인’해야
본보가 애틀랜타한인회의 불투명한 연방자금 수령과 김윤철 회장의 독단적 운영을 고발한 이후 한인사회 일각에서 “감투 욕심만 내고 후원금만 걷으려 다니는 한인단체는 다 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많은 한인단체들이 안겨줬던 실망감에 대한 분노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인 동포단체 가운데 분명 한인사회에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주류사회에서 한인들의 위상을 높이는 일을 해온 곳도 적지 않다. 일부 단체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분노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모범단체까지 삼켜서는 안된다는 사실 역시 한인들은 잘 알고 있다.
지난 7일 애틀랜타한인회관에서 열린 동남부한인회연합회 이취임식 행사를 지켜보면서 동포단체에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이날 행사는 방역 우려를 의식한 듯 행사전 전문방역과 6피트 거리두기 자리배치, 기념촬영시 마스크 착용 등을 강조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될만큼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150여명의 초청인사 가운데 가장 눈에 띈 얼굴들은 전직 연합회장단이었다. 40년전 연합회를 창설한 초대 및 2대 박선근 회장을 비롯해 생존한 연합회장 대부분이 참석했다. 특히 한국에서 행사를 위해 방문한 이웅길 전 회장과 LA에서 부인과 함께 찾아온 84세의 김인묵 전 회장의 등장에 진심어린 박수가 터져나왔다. 물론 다른 전직 회장들도 테네시, 앨라배마, 캐롤라이나 등지에서 먼길을 마다않고 찾아와 최병일 신임 회장의 취임을 축하했다.
박선근 초대 회장은 “40년 동안 활동하면서 흔한 분규 한번 겪지 않았고 동남부 전역을 아우르며 화합의 모범을 보였다”며 역대 연합회장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 애틀랜타총영사에 임명됐지만 한국내 반대로 부임이 좌절됐던 이웅길 전 연합회장도 “동남부연합회의 노하우를 유럽 한인사회에도 알려줬다”고 회상했다.
이에 대해 최병일 신임 제29대 회장도 “선배들이 이어온 화합의 전통을 지키면서 무엇보다 차세대들을 위한 연합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시니어부터 청년까지 연령을 초월한 임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원활한 진행과 뒷정리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인단체의 자랑거리인 그 흔한 ‘회관’하나 없지만 동남부연합회는 그동안 많은 일을 해왔다. 특히 지난 40년간 동남부한인체육대회를 매년 치르며 한인사회 화합에 기여해 왔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취소됐지만 내년에 더욱 성대한 40주년 체전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40년간 이같은 꾸준함이 이어져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세대 교체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미주 한인단체들의 본격적인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그동안 이민 1세간에 세대교체가 이뤄져 왔다면 이제부터는 이민 2세에게 배턴을 넘겨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7일 이취임식에서 조지아텍 한인학생회장 출신인 이태곤 청년부장이 ‘차세대로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발표를 했다.
차세대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어른 세대가 차세대들에게 넘겨줄 유산이 무엇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말로만 차세대 사업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차세대에 ‘올인’하지 않는 한인단체는 앞으로는 존속하기도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눈앞의 감투와 지원금에만 욕심을 내고 소중한 한인회비로 자신들의 명함이나 만들어 뿌리는 단체에 미래가 있을리 없다.
박선근 초대 회장이 지난달 최병일 회장과 집행부를 초청해 당부한 말이 있다. “분열을 겪고 있는 미주총연 등에 관심을 갖지 말고 동남부연합회가 할일만 열심히 하고 무엇보다 차세대를 참여시키는 일에 힘써달라”는 것이다. 박 회장은 이를 위해 매년 1만달러를 후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에 더해 차세대를 위한 미국 정치참여 문제 대신 한국 정치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모습도 지양해야 한다. 이번 11.3 선거에서 연합회나 지역 한인회 모두 선거참여 활동에 미비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단체 지도자들이 한국 정치행사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차세대들에 실망만 안겨주게 될 것이다. 아무쪼록 제29대 동남부한인회연합회가 처음 품은 뜻 그대로 다음 40년을 준비하는 동포단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