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한인회, 구조적인 재정 문제로 수년째 운영난 겪어
‘재력가’ 아니면 회장직 수행 어려워…대체 수입원 개발 시급
애틀랜타한인회가 회장 재선을 위해 한인회 공금에서 공탁금을 빼돌린 이홍기씨 사태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본보가 확보한 한인회 주거래 계좌 스테잇먼트들을 살펴보면 이같은 한인회의 위기는 구조적인 재정 문제에서 비롯됐으며 수년전부터 예고된 재앙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주거래 계좌의 2023년 지출 내역에 따르면 한인회 운영을 위해서는 매달 1만달러 가량의 고정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와 가스, 수도, 전화 등 유틸리티 요금만 월 4000~5000달러가 지출됐고 각종 세금과 직원 임금, 노후한 한인회관 관리비 등이 지출돼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종 행사를 위한 식대와 부대 비용, 외부 단체에 대한 후원금 등을 더하면 월 2만달러 이상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 지난해 한인회는 외부 단체 후원금으로만 6만2000달러, 행사 케이터링 식대로만 2만8000달러를 사용했다.
반면 기존 한인회의 수입원은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회관 대관이 한인회의 가장 큰 수입원이지만 주요 고객인 히스패닉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6만여 달러의 수입을 올리는데 그쳤다. 또다른 수입원인 한인회비 납부도 매우 저조해 총 1000달러 남짓에 불과했고 후원도 사실상 전무했다. 무능한 회장을 만나면 한인회 재정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지난 2016년 취임한 32대 배기성 회장은 한인교회 등을 순회하며 한인회비 납부 운동을 벌였지만 여전히 재정이 부족해 자신의 사재를 털어 한인회를 운영했다. 물론 이전에도 “한인회장을 하려면 10만달러는 써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회장들의 재력에 의존해 한인회가 운영돼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배 회장 퇴임 이후 이같은 부담을 지려는 후보들이 사라지면서 한인회의 재정 위기가 현실화했다. 33대에는 아무도 한인회장에 나서지 않아 당시 김일홍 수석부회장이 추대 형식으로 공탁금 없이 취임했고, 34대 김윤철 회장은 20만달러 가까운 연방 코로나19 기금 덕분에 간신히 한인회를 운영했지만 그 돈으로 각종 비리를 저질러 한인회에서 영구제명되는 ‘흑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2022년 35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홍기씨는 취임 당시에는 재정 자립을 이루겠다며 야심찬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역대 가장 적은 수입을 기록했고, 초선 당시 공탁금 외에는 사재도 거의 출연하지 않아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씨는 코리안페스티벌이나 골프대회 등 한인회 자체 행사에도 개인 후원금은 내놓지 않고 한인회 수표로 다시 한인회에 후원금을 기부하는 기이한 모습까지 보였다. 특히 운좋게 수령한 한인회관 동파 보험 보상금을 몰래 사용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무리하게 재선에 도전하다 공금 유용이라는 씻지 못할 과오까지 저질렀다.
문제는 한인회의 구조적 재정 문제가 존재하는 한 앞으로 ‘제2의 이홍기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중광 UGA 석좌교수의 40만달러의 기부로 한인회관 수리가 진행되고 있지만 대관 사업은 하향세가 지속돼 대체 수입원이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인회관 건물을 유지하고 싶다면 이벤트 대관을 넘어서 정부나 기업의 그랜트를 받을 수 있는 공익사업을 신설하거나 넓은 공간을 이용한 영리 사업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세대교체도 당분간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