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신년하례식이 도대체 뭐길래?

차기 애틀랜타한인회, 동남부연합회에 공동개최 ‘구애’

“함께 안하면 대관 안해…동남부 체전도 비협조” 위협

“음식 준비하라” 등 고압적 요구…결국은 따로 열릴 듯

 

내년 1월4일 개최 예정인 동남부 한인단체들의 합동 신년하례식이 최근 소송사태를 겪고 있는 애틀랜타 한인회 차기 집행부의 개입으로 자칫 한인단체간 갈등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선관위에 의해 차기 회장으로 당선증을 받았지만 현재 선거무효 소송의 피고가 된 김윤철씨는 지난 26일 김강식 동남부한인회연합회장과 애틀랜타교협, 한인상공회의소, 재향군인회 등의 대표들을 둘루스의 한 카페로 초청해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현장에 특정 언론사 관계자 2명이 있었다. 한 참석자는 “사실 이날은 논의를 위해 모였을 뿐 공동개최 여부를 발표하려는 것이 아니었는데 기자가 있어서 놀랐다”고 전했다. 해당 언론사는 김윤철씨측이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강식 회장은 “원래 첫 토요일인 1월 4일 애틀랜타한인회관에서 연합회 단독주최로 신년하례식을 하기 위해 김일홍 한인회장과 구두로 합의했는데 갑자기 한인회로부터 대관이 불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알고 보니 김윤철씨가 한인회 주최 신년하례식을 한다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한인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달초 동남부연합회에서 대관 요청 공문을 받고 김윤철 차기회장에게 문의했더니 한인회가 행사를 해야한다고 해 대관이 어렵다고 연락했다”이라고 밝혔다.

이후 김윤철씨측 한 인사는 동남부연합회 인사들에게 “한인회장 선거와 관련해 자칭 시민의 소리라는 단체가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이같은 소문 때문에 애틀랜타한인회와 신년하례식을 공동으로 하지 않는다면 내년 40주년 동남부체전에 대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윤철씨 측이 단독개최 보다는 동남부연합회와 공동개최를 추진하기 위해 대관을 허락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강식 회장은 “토요일이 아니면 지방에서 올라온 지역 한인회 인사들이 참석하기 어렵고 둘째주 부터는 각 한인회별 행사가 이어지기 때문에 4일이 최적이라는 판단으로 애틀랜타한인회의 공동 개최 요청을 일단은 받아들였다”면서 “하지만 아직 준비위원장들이 서로 실무적인 내용을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공동개최가 성사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7일 김강식 회장과 정소희 동남부연합회 준비위원장은 김윤철씨가 지명한 한인회측 준비위원장인 김기수 전 선관위 부위원장과 3자 통화를 통해 큰 의견차이를 확인했다. 연합회측은 “동남부연합회가 주관하는 행사인데 순서지는 자신들이 만들고 우리한테는 ‘노인회원 등을 포함해 200명 이상을 초청할테니 식사를 준비하고 테이블을 세팅해 놓으라’고 요구했다”면서 “이 상태로는 공동 개최는 힘들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와 관련, 참가단체들은 동남부연합회 5000달러, 애틀랜타한인회 3500달러, 나머지 3개 단체가 각 500달러씩 총 1만달러를 조성하기로 합의했었다.

이같은 김윤철씨측의 공동개최 요구에 대해 한 동남부연합회 전 임원은 “선거무효 소송을 당해 분규단체로 낙인찍힐 위기에 처하자 동남부연합회와 함께 신년하례식을 열어 ‘승인’을 받는 모양새를 원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연합회가 이같은 일에 이용당할 것이 아니라 단독으로 신년행사를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동남부연합회와 애틀랜타한인회가 단체간 분열로 법정소송을 겪고 있는 미주총연과 미주상공회의소 총연 관계자들을 각각 초청할 의사를 드러내 이번 신년하례식이  ‘미주 분규단체 친목모임’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애틀랜타총영사관측은 “여러가지 상황을 지켜본 뒤 협조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한편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회장 김형률)는 이번 신년하례식에 참석하지 않고 대신 1월 24일 자문위원들 대상의 워크샵 및 신년모임을 갖기로 결정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김윤철씨측 인사가 동남부연합회에 보낸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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