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신년하례식이 도대체 뭐길래? Vol. 2

한인회, 동의도 안받고 후원기관-공동주최 단체로 명시

총영사관 후원은 삭제…공식출범 안한 단체도 포함시켜

신년하례식 공동 개최를 무리하게 추진하다 동남부한인회연합회와 갈등을 겪었던 애틀랜타한인회가 이번에는 사전 동의도 받지 않고 총영사관과 한인단체들을 후원과 공동주최 명단에 포함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일 한인회는 자체 제작한 초청장과 신문 광고 등에 총영사관을 후원기관으로 명시했다가 총영사관측의 이의 제기로 이를 부랴부랴 수정하는 해프닝을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인회가 참석 인사들에게 배포한 초청장과 식순, 그리고 일부 신문광고에는 총영사관이 후원기관으로 나와있지만 이날 저녁 총영사관이 본보에 제공한 식순에는 총영사관 후원 문구가 사라져 있었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수정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총영사관이 후원기관이 아닌 것은 맞다”고 밝혔다.

한인회가 공동주최 단체로 명시한 동남부 한국학교협의회(회장 선우인호)는 “사전에 전혀 연락을 받지 못했고 일방적으로 공동주최 단체에 포함시켜 당혹스럽다”면서 “한인회의 신년하례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범죄예방단체가 공동주최 단체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강형철 경찰영사는 “아직 공식적으로 출범도 하지 않은 단체”라면서 “왜 공동주최 명단에 포함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단체의 다른 관계자도 “공동주최 여부에 대해 아무런 협의도 없었고 이야기도 들은 바가 없다”면서 “범죄예방단체라는 이름도 가칭이며 지금 발족을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이어서 신년하례식에 참석할 형편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애틀랜타한인회의 신년하례식은 오는 4일 오후 6시 한인회관에서 열린다. 같은 시간 한인회관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둘루스 KTN 볼룸에서는 동남부한인회연합회의 신년하례식이 개최된다. 양 단체가 배포한 식순에는 비슷한 시간대에 김영준 애틀랜타 총영사의 신년사가 예정돼 있다. 총영사가 분신술이라도 쓰지 않는 한 두 단체 중의 한 곳은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행사를 기획한 셈이다.

공동주최 명단에 포함된 한 단체장은 “2달전 한인회장 당선 축하 광고에도 아무런 허락없이 이름을 포함시키더니 또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서 “김윤철 회장의 스타일이 원래 이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잘못된 관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단체장은 “참가 단체 숫자를 늘려 세를 과시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분명히 명의도용에 해당한다”면서 “34대 한인회가 출발부터 좋지 않은 인상을 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한인회가 배포한 식순(왼쪽)과 총영사관 제공 식순. 노란 하이라이트에 총영사관 후원이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