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역사칼럼] 4. 아메리카라는 이름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이름을 소중히 여긴다. 이름이 자신을 나타내는 상징일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원래 이름이 시원치 않다고 느끼면, 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그 극단적인 예가 ‘김일성’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김일성’의 원래 이름은 ‘김성주’다.

우리는 역사에서 배우기를, 김성주가 김일성이라는 나이 많은 독립군 장군을 사칭하기 위해 이름을 바꾸었다고 알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김성주가 김일성으로 둔갑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이처럼 사람의 이름을 짓던가 바꾸는 데도 그렇게 한 사람들의 의도를 두고 의심하는 일이 생긴다. 이렇듯 콜럼버스가 신항로를 개척하여 도착한 대륙이 왜 ‘콜럼버스’ 혹은 ‘콜럼비아’가 아닌 ‘아메리카’가 되어 버렸는가에 대한 유래에 관해서도 주장이 흥미롭다.

가장 넓게 알려지고, 정설로 거의 굳어진 설이 아메리고 베스푸치(Amerigo Vespucci)라는 이탈리아 사람의 이름에서 왔다는 주장이다. 이 설에 따르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로 원정한 이후에 Amerigo Vespucci도 네 차례에 걸쳐 아메리카로 원정했다고 한다.

아메리고 베스푸치

그가 아메리카에 원정하면서 하는 일은 스페인을 위해 새로운 땅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아메리카 대륙이 콜럼버스가 생각한 것처럼 인도 일부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신천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는 이 사람이 자신의 고향의 지인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이 편지에 자기가 알아낸 내용을 상세히 적어 보냈다.

이 편지의 내용이 널리 알려지면서 세계지도를 제작하는 독일 사람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그 지도제작자는 지도에 새로운 땅에 붙일 적당한 이름이 생각나지 않자, 새로운 땅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Amerigo Vespucci의 이름을 따서 America라고 이름을 붙였으며 이것이 굳어져 버린 것이라는 설이다.

이 주장에 대해 나중에 반론이 제기되었는데, 스위스의 한 학자는 니카라과에는 원주민의 말로 ‘아메리케’라는 산맥이 있는데, 이 이름을 따서 대륙의 이름을 지었다고 주장하였다. 이 주장으로는, 세계지도를 처음 만드는 사람이 이 산맥의 이름을 따서 지어 놓고 보니 유래가 시원찮아 보이므로 Amerigo Vespucci의 이름에서 따온 것처럼 하여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는 것이다.

이 이외에 또 다른 몇 가지 설이 있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는 주장들이라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오랫동안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인정하지 않고 인도라는 뜻으로 Indas라고 계속 불렀다. 하지만 영국을 비롯한 다른 강대국들이 스페인, 포르투갈의 세력을 꺾기 위해 줄곧 밀어붙여 ‘아메리카’로 영구히 굳어 버렸다. 자신이 발견한 새로운 땅을 자신의 이름을 따서 짓지 않은 사실을 안다면, 콜럼버스는 엄청나게 억울해할 일이다. 그러나 콜럼버스는 자기가 발견한 땅이 인도라고만 생각하고, 새로운 땅이라는 사실을 알기도 전에 죽었으므로 저 세상에서나 억울해할까?

한편, 우리말로는 아메리카를 미국(美國)이라고 부른다. ‘아름다운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이라고 했을까? 아니다. 사실, 미국(美國)이라는 이름은 중국 사람들이 ‘아메리카’라는 말을 귀에 들리는 대로 메리가(美利加)라고 발음한 데서 출발하여 첫 음인 미(美)에 ‘나라’라는 뜻의 국(國)을 붙인 것이다.

그들의 귀에는 아메리카의 첫 음인 ‘아’ 발음이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것을 한국에서 그대로 줏대 없이(?) 따라 사용한 결과로 우리는 아직도 미국(美國)이라고 쓴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베이고쿠’라고 발음하고 ‘美國’ 대신 ‘米國’이라고 쓴다. ‘美國’이라고 하면 ‘아름다운 나라’라는 뜻이 되므로, 이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쌀이 많은 나라’라는 뜻으로 ‘米國’이라고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현재 ‘아름다운 나라’라는 뜻을 가진 이름의 나라에 살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