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역사칼럼] 21. 조지 워싱턴이 왕이 되었더라면?

예로부터 국가의 최고 권력자를 대개 왕이라고 칭했다. 정복전쟁을 통해 다른 왕국을 쓰러뜨리고 그 왕국을 차지하고 영토를 넓히면 황제가 되기도 했다. 왕이라는 호칭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경우라고 하겠다. 여하튼 왕은 왕국 안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누렸고, 대체로 세습했다. 현대에 와서는 국가 권력을 잡고 세습을 해도 왕이라고 칭하는 예는 거의 없다. 아마도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었으므로 권력자 스스로 왕이라고 부르기가 다소 민망한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3대째 세습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권력은 아직 스스로 왕이라고 호칭하지 않고 있는가 보다. 혹시 4대, 5대로 계속 세습하면 나중에 왕이라고 자칭하지 않을는지 다소 걱정된다. 미국 역사에서 많은 사람이 왕이 되어 달라고 애원해도 왕 자리를 싫다고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다.

미국을 얘기하면서 조지 워싱턴을 빼놓을 수는 없다. 미국의 국부로 추앙받는 그는 오합지졸이던 미국의 독립군을 그나마 효율적으로 잘 이끌어 영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데 절대적인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군인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영국 해군에 지원하려고 했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버지니아 지방 민병대에 지원해서 정규군이 아닌 민병대 군인으로 복무했다. 그러다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헤게모니를 다툰 전쟁인 프렌치 인디언 전쟁에 영국군으로 참전하여 혁혁한 공을 세우고 1758년 퇴역했다. 이 전쟁에서 그는 연대장으로 근무하며 군인 지도자로서 전투 수행 능력을 착실히 다졌다. 퇴역 후 그는 영국 식민지 안에서 손꼽히는 부자인 과부와 결혼하였고, 덕분에 그도 결국 식민지 안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갑부가 되었다.

1755년의 프랑스와 인디언이 힘을 합쳐 영국에 대항하며 일어난 ‘프렌치 인디언 전쟁’에서 영국이 프랑스에 승리하기는 했지만, 전쟁에 많은 자금을 쏟아부은 영국은 그 돈을 만회하기 위해 아메리카 식민지인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발단되어 식민지인들이 아메리카 대륙 식민지가 영국으로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일어난 전쟁이 바로 미국의 독립전쟁이다. 1775년 독립전쟁이 일어나자 전투 경험이 풍부한 워싱턴이 자연스럽게 총사령관으로 추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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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전 초기에 워싱턴의 독립군은 영국의 군대에 계속 패하기만 했다. 고도로 발달한 영국군의 화력에 오합지졸인 독립군이 견딜 수가 없었다. 여기서 워싱턴은 영국군과 정규전으로 맞서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게릴라전을 펼치면서 오래 견디는 지구전을 펼치기로 했다. 어디서나 화력이 부족하고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군대는 게릴라전을 펼치는 것이 유리하다. 일본군과 싸우던 우리 독립군도 그러했듯이 말이다. 지구전에 휘말리며 고전을 겪던 영국군은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독립군 측을 돕는 바람에 1781년 요크타운 전투에서 크게 패한 것을 계기로 캐나다 지역 이외의 아메리카 식민지를 포기하게 된다. 이리하여 미국이 독립을 쟁취하게 되었다.

이 전쟁에서 훌륭하게 전투를 수행한 워싱턴이 당연히 영웅으로 취급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그는 퇴임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를 다시 불러내 대통령에 추대했으며 만장일치로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대통령으로 여러 번 연임을 해도 아무 문제 없었던 시절이라 대통령직 자리에 평생 있겠다고 욕심을 부려도 별로 탈이 없었지만, 그는 한번 연임하고 퇴임하는 모범을 보였다. 심지어 많은 사람이 그에게 왕이 되라고 권유했지만, 그는 사양했다고 한다.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오합지졸 식으로 다양한 갈래의 정치 집단을 잘 화합시키며 훌륭히 이끌어 더욱 모범이 되었다.

현대에 와서는 많은 나라에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이라는 제도는 미국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대륙회의를 주재하는 사람(President of the Continental Congress)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어 대통령을 President라고 부르게 되었다. 만일 워싱턴이 많은 사람의 권유에 못 이겨 미국의 왕이 되었더라면 지금 미국의 모습은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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