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역사칼럼] 2. 미국의 터줏대감은 누구?

무엇이든 먼저 갖는 사람이 주인이다. 그래서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다.”라는 말이 있다. 땅도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주인이다. 원래부터 땅임자가 없다면 그렇다. 태초부터 인간이 지구 위 모든 땅에 골고루 퍼져 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느 한두 지점에서 인류가 생겨나면서 점점 퍼져 나가기 시작했을 것이다.그야말로 임자 없는 땅에 들어가서 생활터전으로 바꾸는 사람이 그 땅의 주인이 되었을 것이다. 한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랬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메리카 대륙은 어떨까?

아메리카 대륙에 최초로 정착한 사람들을 우리는 아메리카 원주민이라고 하고, 또한 대개 ‘인디언’이라고도 부른다. 고고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인디언들이 정착하기 전에는 다른 인류가 살았던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으로 정착한 사람이 인디언들이었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본다.

‘인디언’이라는 말도 콜럼버스가 애당초 인도로 가기 위해 유럽을 떠나 서쪽으로 항해한 것이고,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때 처음에는 인도에 도착한 것으로 착각했다. 그래서 원주민들을 인도 사람, 즉 ‘인디언’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이 진짜 인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몇십 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컬럼버스가 죽은지 오래된 이후의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때 갑자기 ‘인디언’이라는 호칭을 다른 말로 바꿀 수 없어서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며, 지금도 편의상 아메리카 원주민을 ‘인디언’이라고 흔히 부른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원래 어디서 왔는가에 관해 여러 학설이 있지만, 시베리아에서 베링해협을 건너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즉 시베리아에 있던 몽골족의 일파가 넘어왔다는 것이다. 원주민이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 것을 보면 그렇다. 한반도의 사람들도 몽고 쪽에서 내려 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의 한 연구에 의하면, 시베리아에서 한꺼번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넘어온 것이 아니라, 크게 보아 세 단계로 나누어 넘어왔다고 한다.

남아메리카 지역의 원주민은 1만 5천년 전쯤에 넘어와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 정착하여 터전을 잡은 사람들이고, 멕시코 지역과 미국 남부 지역에 살던 원주민은 6천년 전쯤에 건너온 사람들이며, 미국 북부와 캐나다 지역에 살던 인디언과 에스키모인들은 4천년 전쯤에 건너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물론 이런 주장은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다. 하지만 이들이 시베리아에서 넘어온 사람들이라는 증거는 대체로 이들의 얼굴 윤곽이 몽골계통의 사람들과 비슷하고, 언어도 같은 계통이며, 특히 이들도 대개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인도 몽골 계통이고, 아메리카 원주민도 몽골 계통이므로 서로 같은 조상의 핏줄에서 출발한 친척 관계라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아메리카 인디언이 우리 한국인에겐 남이 아님 셈이다.

학자들이 대충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서양인들이 남북 아메리카 대륙에 오기 직전까지 아메리카 대륙에는 약 3천만 명 정도의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은 적어도 콜럼버스가 진출할 때까지는 나름대로 큰 재앙 없이 살았다.

그러나 콜럼버스가 도착한 이후 서양인들이 점점 많이 몰려오면서부터 그들과 함께 온 전염병에 죽고, 전쟁을 통해 학살 당하며 인구가 급격히 줄어 지금은 소수 인종으로 남아 있다. 특히 북미 대륙에는 원주민들이 거의 말살 되어버렸다. 인디언 보호구역에나 가야 원주민을 겨우 구경할 수 있는 처량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Roman Fekonja – Native American Treaty

 

서양인들은 갑자기 발달한 서양 문명에 힘입어 아시아에서도 식민지를 다수 만들기도 했는데, 아시아인들도 서양인들에게 무참하게 당했더라면, 아메리카 원주민과 같은 신세가 될 뻔도 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러시아는 시베리아를 아주 자기네 영토로 삼아 버렸고, 지금도 시베리아엔 아메리카 원주민과 비슷하게 러시아의 치하에서 딱한 처지에 살아가고 있는 몽골 계통의 민족들이 많다.

“먼저 차지하는 자가 임자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라는 말도 있다. 패자의 기록도 역사로 남기는 하지만, 승자에 대한 기록이 좋게 표현되어 남는다는 뜻이다. 도의적으로 그러면 안 되겠지만, 실제로는 대개 그렇게 되고 있다. 이렇듯 아메리카 대륙은 원래의 주인은 거의 없어지고, 이들을 몰아내고 자리 잡은 서양인들의 역사만 그럴듯하게 남게 된 것이다. 어느 민족이나 아메리카 원주민 신세처럼 되지 않으려면 뭉치고 힘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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