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인 뷰티업계, 공멸 피해야 합니다”

내년 3월 트레이드쇼 개최 놓고 기존 갈등 더 깊어져

“뷰티업계 도전 직면…회원 위해 대승적 결정 내려야”

지난 19일 조지아애틀랜타뷰티협회(GABSA, 회장 이강하)가 도라빌 사무실에서 경쟁 협회인 미주조지아뷰티서플라이협회(UGBSA, 회장 미미 박)와 전국 단체인 미주뷰티서플라이총연합회(NFBS, 총회장 조원형)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GABSA(이하 구협회)와 UGBSA(이하 신협회) 가 내년 3월 1주일 간격으로 뷰티 트레이드쇼를 개최하게 되면서 빚어진 시비가 발단이 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강하 회장과 손영표 상임고문이 참석해 지난 15일 뉴저지 NFBS(이하 총연) 트레이드쇼에서 벌어진 사건을 강도높게 성토했다.

이들은 “총연이 트레이드쇼 일자를 둘러싼 갈등을 조정하고, 궁극적으로 양 협회의 화합을 모색하는 자리라고 해 악천후에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참석했다”면서 “하지만 조원형 총회장이 미미 박 회장이 참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회의 당일에야 알려줘 황당했다”고 말했다.

손영표 상임고문은 “신협회가 총연에 가입해 있고 내년 3월 트레이드쇼도 총연과 신협회가 함께 치른다고 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까 사실 농락당한 기분”이라면서 “갈등을 풀기 위한 우리의 선의를 이용한 것이며 소속 지회의 일도 제대로 관리 못하는 총연과 조원형 총회장의 무능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조원형 총회장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미주 주요 대도시 가운데 한인 뷰티인들이 2개 단체로 나뉘어 첨예한 대립을 하는 곳은 애틀랜타가 유일한 것으로 안다”면서 “양 협회의 화합을 위해 애쓰는 것이 총회장의 의무라고 생각해 연중 가장 분주한 시간이지만 연례 트레이드쇼 현장에서 양측의 회동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미 박 회장의 불참 사실을 당일 알게 돼 우리도 당황했지만 자리에 참석한 고문 등과 함께 충분히 취지를 설명했다”면서 “이강하 회장과 손영표 고문이 총연 소속이 아니어서 오해하는 점이 많겠지만 총연은 양 단체가 협력하고 궁극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협회 미미 박 회장은 “해당 회의에서 통합 등을 논의한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다”면서 “구협회에 양보했던 3월 트레이드쇼를 정상적으로 개최하려고 지난해 2월 개스사우스 컨벤션 센터를 예약했는데 마치 우리가 뒤늦게 구협회 행사에 재를 뿌리려고 끼어든 것처럼 매도한 것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조원형 총회장과 총연의 중재 노력은 감사하지만 이번 트레이드쇼 문제를 경험하며 양 협회의 갈등이 이미 회복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우리는 공개적으로 구협회를 비난할 생각이 없으며 성공적으로 트레이드쇼를 개최하고 회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뷰티업계 종사자들과 한인사회 관계자들은 5년전 분리 과정에서 큰 내홍을 겪고, 이후 트레이드쇼 문제 등을 둘러싸고 감정의 골이 깊어진 양 협회의 갈등이 이미 임계점을 지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 협회의 갈등으로 인해 결국 뷰티 도매업체와 소매상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에 2개 트레이드쇼가 한 도시에서 열리는 곳은 애틀랜타 뿐”이라며 “인력과 비용 등에서 2배의 준비가 필요하니 말은 못하지만 괴로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외적인 갈등 표출에도 불구하고 양 협회 모두 화합만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구협회 한 관계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신협회가 갈등의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던 전 임원을 고문직에서 해촉했다”면서 “업계 원로들과 제조 및 도매업체 관계자들도 통합을 원하고 있어 물밑에서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구협회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이홍기 애틀랜타한인회장은 “한인단체가 분열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양 협회의 화합을 위해 한인회도 노력할 것”이라며 “뷰티업계도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는데 양 협회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조원형 총회장은 “대규모 아랍계 자본의 영역 확장과 온라인 트렌드 등으로 한인 뷰티업계도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라며 “미국에서 가장 큰 시장 가운데 한 곳인 애틀랜타 뷰티 업계가 계속 분열을 이어간다면 공존보다는 공멸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양 협회 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