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출신 ‘중국 간첩 99명 체포설’ 유포…’공범’ 수준 한인 유튜브 채널 책임론도
‘중국 간첩 99명 체포설’을 보도한 혐의로 스카이데일리 허겸 기자에 대해 한국 경찰이 20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원시 선거연수원에서 중국 간첩이 대거 검거됐다는 허위 주장은 단순한 오보를 넘어 국가기관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중대한 범죄로 간주됐다. 경찰은 중앙선관위의 수사의뢰를 받아 엄정 수사에 착수했으며, 허씨의 보도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인물로는 ‘캡틴 아메리카 복장’으로 중국대사관을 난입한 혐의로 구속된 안병희 씨가 지목됐다.
초유의 기자 구속과 폐간 위기에 빠진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16일 1면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5·18민주화운동 보도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며 “5·18 45주년을 맞아 광주민주항쟁이 시민폭동 사태가 아닌 시민의거이고 민중항쟁이었음을 인정한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또한 그동안 중국 간첩 체포설이 치밀한 취재에 의한 진실 보도라고 주장하던 이 신문은 “세간에 화제가 된 중국 간첩 체포설에 대해서도 사실 여부를 재조사하고 있다”고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다.
이 사건은 그 자체로 한국 언론의 일탈을 보여주는 심각한 사례지만,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 같은 ‘가짜뉴스 생산 방식’이 애틀랜타 한인사회에서도 노골적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허씨는 과거 애틀랜타 중앙일보에서 활동했고 한 애틀랜타 한인 유튜브 채널의 ‘한국 특파원’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한국 극우매체인 스카이데일리에서 ‘북한군 5·18 개입설’과 ‘중국 간첩 체포설’ 등 자극적이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극단적 주장을 기사 형태로 퍼뜨렸다.
허씨를 한국 특파원으로 활용했던 애틀랜타 한인 유튜브 채널은 허씨와 한국 극우매체의 ‘부정선거’, ‘한국 대선 조작설’, ‘중국 공산당 침투설’ 등을 근거 없이 주장하며 한인 사회의 이념적 갈라치기와 극우 정치인 지원을 이어왔다. 자칭 ‘공화당 유력 인사’라는 검증되지 않은 한인을 내세워 ‘단독’이라는 등의 미끼로 허위 음모론을 퍼뜨려 수만에서 많게는 수십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이른바 ‘코인팔이’에 나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런 가짜뉴스는 한인 사회의 불신을 키우고, 사회 갈등을 조장하며,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해친다. 특히 해외 한인사회의 경우 정보 접근에 제약이 있는 일부 고령층이나 신규 이민자들이 온라인 콘텐츠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 이러한 가짜뉴스의 파괴력은 더욱 크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언론’, ‘기자’, ‘애국 유튜버’ 등을 자처하며 한인들의 신뢰를 악용한다는 점이다. 이들의 해악 때문에 한인사회 내부에서도 점점 더 음모론과 혐오발언이 담긴 메시지를 아무런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와 허겸 사태를 계기로 한국 정부는 허위 조작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개인 및 집단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미국 내에서도 협조 체계를 구축해 한인사회 내 허위정보 유통 실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한편 한인사회 스스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정체불명의 채널이 퍼뜨리는 자극적인 정보, 이념적 편향이 짙은 콘텐츠는 반드시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자녀와 부모 세대 간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한 미디어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