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대학교(UGA) 캠퍼스에서 간호학생 라켄 라일리(22, 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호세 이바라(26)가 모든 10개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미국 전역에 충격을 준 라일리 사건은 이민 정책과 국경 보안 문제를 둘러싼 논쟁의 불씨를 당기면서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 라켄 라일리 살인 사건: 유죄 판결과 충격적 배경
20일 에덴스-클라크 카운티 대법원 판사 H. 패트릭 해거드는 피해자의 가족과 친구들이 가득 찬 법정에서 이바라에 대한 유죄 평결을 발표했다.
지난 2월 22일, 조지아대학교 간호학과 학생 라켄 라일리가 캠퍼스에서 아침 조깅을 하던 중 잔혹한 공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이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사건의 피고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불법 체류자 호세 이바라로, 그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계획적인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아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 잔혹한 범행 전말과 수사 결과
검찰이 공개한 증거에 따르면, 이바라는 범행 전날부터 조지아대 캠퍼스 아파트 인근에서 배회하며 여성들을 엿보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그는 학생들의 침실 창문을 들여다보고, 한 시간 동안 아파트 주변을 오가며 수상한 행동을 했다.
라켄 라일리가 조깅을 하며 해당 장소를 지나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찍힌 시간은 오전 9시 6분이었으며, 그녀는 5분 후에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라일리는 조깅 전 오전 9시 3분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으며, 8분 뒤인 9시 11분에 911에 긴급 전화를 시도했다. 어머니는 라일리가 답하지 않자 9시 37분, 9시 58분, 그리고 오전 11시 47분에 걱정스러운 문자를 보냈으나 답장을 받지 못했다. 그녀의 시신은 오후 12시 38분에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다음 날 이바라의 아파트를 급습해 그의 팔에 난 긁힌 상처를 발견하며 체포했다.
수사 결과 이바라는 피해자를 질식시키고 성폭행을 시도한 뒤 둔기로 머리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 재판과 판결 결과
재판에서 이바라는 배심원 대신 판사에 의한 벤치 트라이얼을 선택했다. 3일간의 재판 끝에 에덴스-클라크 카운티 대법원 판사는 악의적 살인, 중범죄 살인, 납치 및 신체 상해, 강간 미수, 증거 조작 등 총 10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내렸다.
라켄 라일리의 가족들은 피해자 진술을 통해 그녀가 겪었을 고통과 가족들이 계속해서 느끼는 상실감을 전달했다. 어머니 앨리슨 필립스는 “제 딸은 삶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싸웠지만, 피고는 그녀의 생명을 전혀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며 비통함을 전했다.
◇ 미국 이민 정책 논쟁의 불씨가 되다
라일리 사건은 이민 정책과 국경 보안 문제를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논쟁을 가속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유죄 판결 후 성명을 통해 “라켄 라일리에게 정의가 실현됐다”며, 국경 보안을 강화하고 불법 체류자 추방을 촉구했다.
대선 전인 지난 8월 조지아주를 방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라일리 살인 사건으로 국경 통제 논쟁에 더욱 불을 지피며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에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가 의도적으로 들여보낸 불법 이민자 범죄자에게 라일리가 살해당했다며, 이 괴물이 국경에 나타났을 때 바이든의 정책으로 인해 바로 석방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바이든이 범죄자를 ‘불법 이민자’ 대신 ‘이웃’이나 ‘신규 이민자’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를 원한다면서 이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라일리 같은 소중한 미국인의 생명을 빼앗아가는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조지아주 출신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라일리의 죽음을 언급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개방된 국경 정책으로 미국이 공격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녀는 국정연설 당시 라일리의 사진이 담긴 핀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건네며 그의 이름을 말하라고 요구했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역시 성명을 통해 “이 범죄자는 절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안 되었고, 법을 어기고도 이 땅에 남아 있을 수 없어야 했다”며 국경 정책 실패를 강하게 비판했다.
◇ 이민 관리 허점: 불법체류자의 잇따른 범죄와 추적 실패
호세 이바라와 그의 형제들은 여러 차례 범죄를 저지른 뒤에도 이민 관리 체계를 피해 다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바라는 지난 2022년 9월 8일 텍사스 엘파소 국경을 통해 미국에 불법 입국하다 체포당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연방 이민세관국(ICE)은 이바라의 보석 요청을 받아들여 석방했고 이바라는 뉴욕으로 이주해 무보험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2023년 9월 다시 체포됐다.
뉴욕 경찰은 이번에도 이바라를 보석으로 석방했고 이바라는 조지아주로 도주해 조깅 중이던 라일리씨를 무참히 살해한 것으로 것으로 나타났다.이바라의 형제 디에고 이바라 또한 2023년 텍사스에서 망명을 신청했으며, 이후 조지아에서 DUI, 절도 등의 범죄로 여러 차례 체포됐다.
◇ ‘라켄 라일리 법안’ 제출
조지아주 하원의원 마이크 콜린스는 라일리의 이름을 딴 ‘라켄 라일리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ICE(이민세관집행국)가 불법 체류자 범죄를 더욱 강력히 단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주 검찰총장이 국토안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권한을 부여한다. 이 법안은 하원을 통과했으나 현재 상원에서 계류 중이다.
◇ 트럼프, ‘취임 첫날’ 강경 대응 예고
라일리 사건은 단순히 한 청년의 비극을 넘어 미국 이민 정책과 국경 보안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의 중심이 됐다. 정치권과 국민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국경 보안과 이민자 관리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 즉시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추방을 위해 취임 첫날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국경 장벽 건설과 이민자 구금 및 추방에 국방 예산을 전용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승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