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미국 금융당국의 소셜미디어(SNS) 공식 계정에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됐다는 가짜뉴스가 한때 게시돼, 당국이 “계정이 해킹됐다”며 곧바로 승인 사실을 부인하고 이를 삭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1개당 4만8000달러 부근까지 치솟았다가 당국의 부인으로 급락했고, 비트코인 소유자 및 거래자들은 짧은 시간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SEC 공식 트위터 계정이 해킹(compromise)됐으며, 승인받지 않은 트윗이 게시됐다”고 밝혔다.
SEC도 엑스 공식 계정에서 겐슬러 위원장이 언급한 ‘승인받지 않은 트윗’을 삭제한 뒤 겐슬러 위원장이 언급한 내용을 재확인했다.
겐슬러 위원장이 이처럼 긴급 진화에 나선 것은 겐슬러 위원장의 글 30분 전에 SEC 엑스 공식 계정에 올라온 허위 게시글 때문이었다.
현재는 삭제된 해당 게시글은 “오늘 SEC는 미국 내 모든 등록된 증권거래소에 비트코인 ETF들의 상장을 승인한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게시글에는 “규제 프레임 속에서 디지털 자산 투자로의 효율적인 접근을 제공할 것”이라는 겐슬러 위원장의 그럴듯한 논평도 함께 달렸다.
SEC의 엑스 계정에 이 같은 글이 실리자 로이터 통신과 스푸트니크 통신 등 언론들은 이 계정을 인용해 SEC가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고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그동안 미 금융당국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을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발표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데다가 SEC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ETP란 용어 대신 ETF란 용어를 쓰는 등 이상한 점이 있었지만, SEC의 공식 계정의 게시물임을 신뢰한 주요 매체들은 이 내용을 앞을 다퉈 신속하게 전했다.
더욱이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 등이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여부 결정 시한이 하루 앞인 1월 10일로 다가온 점도 이 같은 게시글의 신빙성을 높였다.
‘승인 가짜뉴스’ 트윗 소동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락했다.
미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후 4시 10분께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4만6000달러대 중반에서 4만7900달러선까지 3% 가까이 급등했다.
현물 ETF 승인은 비트코인 보유자들이 간절히 기다리던 소식이었던 영향이었다.
그러나 겐슬러 위원장과 SEC가 승인 사실을 부인하며 진화에 나서자 비트코인 가격은 4만4700달러선으로 고점 대비 7% 가까이 급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현물 ETF 승인 기대에 지난해 10월 이후 급등세를 보이며 지금까지 2배 수준으로 오른 상태다.
시장 참가자들은 현물 비트코인 ETF가 승인될 경우 기관 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시장 규모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JP모건 등 일부 투자은행(IB)은 현물 ETF 승인 기대가 이미 반영돼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상반되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SEC 대변인은 공식 엑스 계정이 해킹된 원인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했다.
금융규제 강화를 추구하는 금융시민단체인 ‘베터 마켓츠’의 데니스 켈러허 대표는 “이번 사건은 오랜 기간 있었던 시장조작과 관련한 가장 끔찍한 범죄 행위 중 하나로 보인다”라며 “누군가는 매우 큰 불법적인 수익을 올렸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