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고교 총격 막을 수 있었다”

용의자 어머니 범행 30분전 학교에 전화 “비상 상황”

할머니는 1주일전 학교 찾아와 “손자 정신건강 문제”

조지아주 고교에서 4명을 살해한 14세 총격범 어머니가 아들의 범행 직전 학교에 경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총격범 콜트 그레이(14)의 어머니 마시 그레이는 범행 당일 아침 학교에 전화해 상담 담당자에게 “극도의 비상상황”이라고 말했으며 이러한 사실을 가족들에게 말했다.

마시의 자매이자 콜트의 이모인 애니 브라운이 공개한 문자메시지 내역과 가족 전화 요금제 통화기록 등에 따르면 마시는 총격이 일어나기 약 30분 전인 4일 오전 9시50분께 학교에 전화해 약 10여분간 통화했다.

WP에 따르면 어머니 마시는 이날 아침 아들 그레이로부터 “엄마, 미안해(I’m sorry, mom)”라는 텍스트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격범의 어머니가 사건 당일 아침 아들의 학교에 전화를 걸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이러한 정황은 총격 사건 당일 아침에 학교 관계자들이 총격범과 관련해 우려를 감지했으며, 총격 직전 몇 분 동안 그를 찾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WP는 전했다.

NYT도 총격범의 모친이 사전에 경고했을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가족과 학교 관계자, 법 집행기관 관계자가 참사를 막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놓쳤는지에 대해 집중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운이 공개한 문자메시지 중에는 그레이의 가족과 학교가 그의 정신건강 상태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내용도 있었다고 WP는 보도했다. 브라운은 친척들에게 그레이가 “살인과 자살 충동”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브라운은 앞서 WP와의 인터뷰에서 조카가 수개월 전부터 정신건강 문제로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주위 어른들이 그 아이를 망쳤다”고 주장했다.

브라운에 따르면 그레이의 외할머니는 사건 1주일 전 학교를 찾아 “손자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으니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녀는 학교 담당자와의 미팅을 마치고 브라운에게 “그레이가 곧 상담을 받게 될 것”이라는 텍스트를 보냈지만 그레이가 실제 상담을 받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학교측은 급하게 그레이를 찾았지만 학교 봉쇄 등의 적절한 조치는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 학생인 16세의 라이엘라 사야라스(Lyela Sayarath)는 WP에 “사건이 일어난 날 아침 10시경 2교시 수학 수업 중 학교 관리직원이 콜트 그레이(Colt Gray)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다른 학생을 찾으러 들어왔다”고 말했다.

수학 교사는 그 학생이 화장실에 갔다고 직원에게 말했고 직원은 그 학생의 가방을 갖고 교실을 떠났다. 곧이어  교내 방송을 통해 교사들에게 이메일을 확인하라는 방송이 나왔고 수학 교사는 이메일을 확인하고 다시 수업을 시작했다.

잠시 후 콜트 그레이가 교실 앞에 나타났고 교사는 인터컴을 통해 “아, 여기 왔네요”라고 학교 측에 보고했다. 다른 학생이 잠긴 문을 열어 그레이를 들여보내려 했지만 그가 총을 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서 소리를 질렀고 그레이는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라이렐라는 “몇 초 후 첫 총소리를 들었다”면서 “그레이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학교를 봉쇄하지 않았는지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 기록에 따르면 그레이의 어머니는 마약과 관련된 문제로 여러차례 체포됐으며 지난해 12월 가정폭력 혐의에 유죄를 인정했으며 남편이자 총격범의 아버지인 콜린 그레이와 접촉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레이 부부는 2022년 렌트로 거주하던 잭슨카운티의 주택에서 퇴거당했으며 별거에 들어갔다. 총격범 콜트는 이후 아버지와 다른 집에서 살았으며 남동생 두 명은 어머니와 함께 조지아주 피츠제럴드의 외가로 들어갔다.

콜트 그레이는 지난 4일 자신이 다니던 애틀랜타 인근의 아팔라치고등학교에서 반자동 공격 소총을 난사해 교사 2명과 학생 2명 등 4명을 살해하고 9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의 아버지 콜린도 과실치사와 2급살인,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콜린은 지난해 12월 아들 콜트에게 이번 범행에 사용된 소총을 선물함으로써 제3자의 죽음을 초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상연 대표기자, 연합뉴스

[그래픽] 미국 애틀랜타 인근 고교 총기난사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