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투표 방해 사태, 한국 민주당에 진상보고

초유의 참정권 침해 일파만파…강신범 씨 앨라배마까지 이동해 투표

한국 제21대 대통령 재외선거에서 영주권자인 애틀랜타 재외선거인 강신범 씨(WNB팩토리 대표)가 애틀랜타한인회관 출입이 막혀 투표를 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이 사건이 한국 더불어민주당에 공식 보고되며 정치권에도 파장이 미치고 있다.

민주당이 지명한 애틀랜타 재외선관위원은 25일 이 사건을 참정권 침해 사례로 공식 보고했다. 또한 강 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정식 조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투표권을 침해당한 것은 명백한 선거 방해”라며 “해당 행위에 책임이 있는 자들을 반드시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강 씨는 지난 22일 애틀랜타한인회관에서 투표를 시도하다 사설 보안요원과 현지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며 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건(본보 기사 링크)을 겪었다. 경찰은 강 씨에게 형사경고장(Criminal Trespass Warning)을 발부하며 회관 출입 자체를 금지했고, 이 조치는 건물 관리자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홍기 씨가 한국 재외선거 기간 게시한 한인회관 출입금지자 명단 가운데는 이번 선거를 관리하는 김기숙 재외선관위원과 한국 재향군인회 미국 남부지회 장경섭 회장까지 포함돼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김기숙 선관위원은 미국의 실정법을 어기고 출입이 금지된 한인회관에서 한국 재외선거 관리업무를 수행한 셈이 됐다.

하지만 강 씨는 투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24일 애틀랜타에서 약 2시간 30분 거리인 앨라배마 몽고메리의 투표소를 직접 방문해 끝내 투표에 성공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반드시 참정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로 먼 길을 달려갔다”고 말했다.

사건의 여파가 커지자 이홍기 씨 측은 22일 게시했던 ‘출입금지자 명단’에서 박은석 제36대 애틀랜타한인회장 단 한 명만을 명시해 다시 게시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재외선거가 끝난 직후, 다시 강신범 씨를 포함한 복수의 인사 이름이 포함된 출입금지자 명단을 원래대로 다시 붙였다.

사건 직후부터 현장에 있었던 한 관계자는 “명단 변경이 선거 여론을 의식한 임시 조치라는 점에서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며, “이홍기 씨 측이 선거 직후 다시 다수 인사의 출입을 막는 조치를 되풀이한 것은 오히려 사건의 심각성을 방증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애틀랜타한인회관이 특정 세력에 의해 사실상 장악돼 한인들의 공공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재외선거 공정성뿐만 아니라 한인회관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문제까지 들춰내며 커다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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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연 기자
앨라배마 몽고메리한인회관에 마련된 재외투표소를 찾은 강신범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