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재수사 안해…조선일보 외압은 확인

과거사위 “성폭행 인정 어려워…김종승 위증은 수사”
“보존돼야 할 자료 누락돼 의도적 은폐까지 의심”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0일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재수사를 권고하지 않았다. 다만 장자연씨 소속사 대표인 김종승씨가 이종걸 의원 명예훼손 등 사건 관련 위증을 한 혐의에 관해선 수사를 개시하라고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관해 이와 같이 심의했다고 밝혔다.

‘장자연 사건’은 장씨가 2009년 3월 기업인과 유력 언론사 관계자,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당시 수사 결과 장씨가 지목한 이들 모두 무혐의로 결론나 의혹이 끊이질 않았고, 이에 조사단이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작년 4월 2일부터 13개월 넘게 이 사건을 조사해왔다.

과거사위는 장씨의 성폭행 피해 의혹과 관련 “현재까지 조사 결과로는 2인 이상이 공모, 합동했는지, 어떤 약물을 사용했는지, 장씨가 상해를 입었는지 등 특수강간 또는 강간치상 혐의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발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공소시효 완성 전 강간치상 범행에 대한 구체적 진술 등 증거가 확보될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이를 대비해 성폭행 의혹과 관련 최대한 상정 가능한 공소시효 완성일인 2024년 6월29일까지 이 사건 기록과 조사단 조사기록을 보존할 수 있도록 보존사무 관련 법령에 따라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김씨 위증에 관해선 “김씨가 이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 등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한 내용 중 허위로 밝혀진 부분에 대해 검찰에서 김씨를 위증 혐의로 수사를 개시하라”고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조사단의 조사과정에서 과거 장씨 사건 수사 이후 남아있어야 할 기록들이 남아있지 않음을 지적하며 ‘의도적 증거 은폐’ 가능성도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당연히 보존돼 있어야 할 통화내역 원본 외 각종 디지털 증거자료와 압수물 사본이 기록에서 누락됐음을 발견했다”며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이나 검사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이례적이며, 의도적 증거은폐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한편 과거사위는 조선일보 측이 방상훈 사장에 대한 경찰 조사를 막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실제로 있었다고 했다. 과거사위는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경기경찰청장을 찾아가 방 사장을 조사하지 말라고 압력을 했다”라고 말했다.

정한중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과 위원들이 2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 과천종합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장자연 사건 일지

◇2009년 3월
▶7일 배우 장자연씨 경기도 성남 자택에서 자살
▶10일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내용 담긴 문건 공개
▶13일 경찰, 우울증에 따른 자살로 처리된 장자연 사망 사건 재수사 착수

◇2009년 6월
▶24일 일본경찰, 불법체류 중인 장씨 전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 체포

◇2009년 7월
▶6일 전 소속사 대표 김씨 구속
▶10일 경찰, 최종 수사결과 발표. 1명 구속, 1명 사전구속영장 신청, 5명 불구속 등 7명 사법처리

◇2010년 11월
▶12일 법원, 김씨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

◇2011년 3월
▶6일 SBS, 장씨가 접대했다는 내용 편지 입수했다고 보도
▶7일 경찰, SBS에 장자연 편지 제보한 전모씨 조사
▶9일 경찰, 전씨 수감된 광주교도소 압수수색 및 장씨가 보냈다는 편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필적감정 의뢰
▶16일 경찰, 장씨 편지 위조한 전씨 불구속 기소

◇2011년 11월
▶17일 항소심, 전 소속사 대표 김씨에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선고. 전 매니저 유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

◇2013년 10월
▶11일 대법원, 전 소속사 대표 김씨에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선고한 원심 확정, 전 매니저 유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확정.

◇2014년 10월
▶12일 서울고법, 장씨 유족이 전 소속사 대표 김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족에게 24000만원 지급하라” 판결

◇2018년 3월
▶23일 장씨 사망사건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 20만명 넘어 청와대가 공식 답변해야 할 21번째 국민청원에 오름

◇2018년 4월
▶2일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 장자연 사건 사전조사 권고
▶13일 청와대, 공소시효 관계없이 진상규명에 최선 다하겠다고 국민청원 답변

◇2018년 5월
▶28일 과거사위, 공소시효 남은 장씨 강제추행 사건 재수사 권고

◇2018년 6월
▶26일 검찰, 2008년 8월 장씨 전 소속사 대표 김씨 생일파티에 참석해 장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조선일보 기자 출신 조모씨 불구속 기소

◇2018년 7월
▶2일 과거사위, 장자연 사건 본조사 결정

◇2018년 10월
▶28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2009년 경찰이 장씨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지 않는 등 부실수사한 정황이 있다는 중간조사 발표

◇2018년 12월
▶5일 진상조사단,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 소환조사
▶13일 진상조사단, 방정오 TV조선 전 대표 소환조사

◇2019년 3월
▶5일 장씨 동료배우 윤지오씨, 실명·얼굴 공개하고 같은 성씨 언론인 3명 이름과 특이한 성씨의 국회의원 이름을 봤다는 등의 증언 시작
▶12일 윤씨, 진상조사단에 참고인 신분 출석
▶18일 문재인 대통령,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 철저수사 지시

◇2019년 4월
▶4일 ‘장자연 리스트’ 작성 연루됐다는 의혹 받은 배우 이미숙씨 진상조사단에 자진 출석
▶23일 김수민 작가, 윤씨가 장씨 죽음을 이용하고 있다며 윤씨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

◇2019년 5월
▶8일 조현오 전 경찰청장, 조선일보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경기지방경찰청장 재직 당시 장씨 사건 수사과정에서 조선일보 간부로부터 협박성 발언 들었다고 증언
▶13일 진상조사단, 장씨 사건 13개월간 조사한 결과 담은 최종보고서 과거사위에 제출
▶19일 과거사위, 장씨 사건 심의결과 발표…전 소속사 대표 김씨 위증혐의로 수사권고. 성폭행 피해 의혹은 빠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