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 없이도 셀프 염색이 가능하다고?”

11년의 집념이 만든 헤어프랜드 ‘몬드글락’

염색제 투입 후 작동시켜 머리빗으면 염색

헤어프랜드 ‘몬드글락’. (중소기업유통센터 제공) © 뉴스1

“염색을 좀 간편하게 할 수는 없을까?”

새치나 흰머리 때문에 염색을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특히 비용 때문에 미용실이 아닌 집에서 ‘셀프 염색’을 하는 이에겐 더 간절한 물음이다.

전동식 염색용 빗 ‘몬드글락’은 이같은 불편함에서 출발했다. 고희석 헤어프랜드 대표는 손에 장갑을 낀 채 염색약을 묻혀 가며 염색을 하는 이발사들의 고충을 눈여겨봤다. 2006년 염색용 빗을 개발하면서 ‘흐르지 않을 것’, ‘골고루 잘 펴바를 수 있을 것’ 두 가지에 중점을 둔 이유다. 그렇게 11년이 흘렀다.

21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유통센터에 따르면 헤어프랜드의 ‘몬드글락’은 지난 2017년 출시됐다. 편리함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9년에는 브랜드K에 선정됐다. 이에 앞서 지난 2012년에는 발명 아이디어 경진대회 금상, 2018년 히든스타 탑(Top)5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크림 또는 젤 타입으로 된 염모제와 산화제를 본체의 탱크에 주입하고 동작시키면, 소형 모터가 탱크 속 2가지 염색제를 자동으로 혼합해 준다. 혼합된 염색제는 본체에 장착된 염색용 빗을 타고 올라간 뒤 빗살 사이로 스며나온다. 이 상태로 머리를 빗으면 염색제를 편리하게 바를 수 있다.

(헤어프랜드 제공) © 뉴스1

개발 착수 시점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염색제를 캔에 충전시켜서 본체에 끼우면 가스의 압력을 받아 분출되게 하는 기술이었다. 고 대표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2011년부터 다시 제품 개선에 들어갔다. 제품을 들고 홍콩과 일본의 바이어를 만났을 때, ‘염색제가 떨어지면 한국에서 주문한 뒤 기다려야 하는 것이 단점’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원하는 염색제를 넣을 수 있는 방식의 전동 염색용 빗은 이렇게 탄생했다. 헤어프랜드는 이 기술로 2012년에는 발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관련 기술의 특허를 냈다. 그러나 완성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고 대표는 “쉽게 되지는 않았다. 이론과 실제는 달라서 제품에서 소리도 나고, 염색제가 다른 곳으로 새어 나가기도 했다”며 “수정을 거듭하다 보니 2017년도에야 처음으로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개선된 ‘몬드글락’은 손에 장갑을 끼거나 염색약을 묻히지 않고도 간편하게 염색을 할 수 있도록 완성됐다.

염색용 빗의 빗살은 전통 참빗을 응용한 역삼각형의 이중 형태로 돼 있다. 빗살 사이로 분출된 염색제는 자연스럽게 빗살을 타고 흐르다 점차 촘촘해지는 빗살들에 막혀 두피 위 3~5㎜ 위치에서 멈춘다. 이 때문에 두피에 염색제가 묻지 않아 가려움이나 따가움을 줄일 수 있다.

(헤어프랜드 제공) © 뉴스1

염색용 빗은 숱이 적고 가는 머리용, 보통 머리용, 긴 머리용 등 3가지 종류가 구비돼 있다. 모질과 머리 길이에 따라 알맞은 빗을 끼우고 사용하면 된다. 사용 후에도 세척용 솔을 사용해 흐르는 물로 닦아 내기만 하면 또다시 쓸 수 있다. 동력원은 AAA건전지 1개로 20회 정도 동작한다.

고 대표는 “젊은 사람들이 와인 컬러나 흰 머리, 노란 머리로도 염색을 많이 하는데 그러려면 착색이 아닌 탈색이 필요하다”며 “탈색제를 넣어서 탈색도 한 다음, 빗을 헹궈서 염색제를 넣으면 착색도 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사용해 본 소비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고 대표는 “오프라인 판매 중인 행복한백화점에서 ‘소비자 반응조사’라는 것을 다달이 받는다”며 “디자인, 성능 등 모든 게 좋다고들 한다. 써 보니 좋다거나 선물로 주고 싶다거나 잘 만들었다거나 하는 반응도 있다. 사업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웃었다.

2018년 히든스타 탑(Top)5 오디션 현장 모습. (헤어프랜드 제공) © 뉴스1

바이어들로부터도 러브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두바이,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지의 화장품 회사에 샘플을 보내며 수출 준비도 하고 있다. 고 대표는 “올 3월에는 롯데홈쇼핑에서 우리 제품을 1000개를 사 가서 대만의 ‘모모홈쇼핑’에서 방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이 제품을 알리기 위해 판로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고 대표는 “제품이 직접 써 봐야 성능이나 기능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전에는 없던 것이기 때문에 이게 뭔지도 사람들이 잘 모른다”며 “코레일 역사 ‘중소기업 명품마루’와 인천공항 면세 터미널 입점을 신청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