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타는 고위공직자 50여명 ‘찜찜’

정부·청와대 “강요할 수는 없어…각자의 판단에”

일본차를 소유한 문재인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일본이 지난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한 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어, 계속 가지고 있자니 찜찜하고 오랫동안 타고다닌 승용차를 이제와서 처분하자니 선뜻 내키지 않아서다.

5일 관보와 각 부처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은 본인, 배우자, 자식들의 소유를 합해 50여명이 일본차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고위공무원은 최근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범국민 운동으로 확산되자 계속 본인의 차를 끌고 다녀야 할지 고민하는 눈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촉발된 일본차 불매운동이 수입차 시장을 강타하면서 7월 일본차 판매량이 전달 대비 30% 넘게 급감했다. 상반기 내내 20%대를 유지하던 점유율도 10%대 초반으로 뚝 떨어졌다.

토요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국내에서 판매되는 일본산 자동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총 2674대로 전년 동월에 비해 17.1% 감소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위공직자가 계속 일본차를 몰고 다닐 경우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솔선수범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현재 대통령비서실에서는 박종규 재정기획관과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이 각각 2007년식 토요타 캠리, 4600cc 렉서스 차량을 소유했다.

최재형 감사원장도 2011년식 1800cc 토요타 프리우스 차량을 보유했다.

윤여각 교육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과 서순탁 서울시립대 총장의 경우 각각 2494cc 렉서스와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를 보유하고 있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1800cc 렉서스 차량을 소유하고 있지만 차량 노후화로 인해 조만간 처분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백준기 통일교육원장도 2011년식 렉서스 LS406L 차량을 소유했다.

국민들은 최근 반일감정이 극대화되면서 일본제품 사용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야당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가 나온 당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식집에서 ‘사케’를 마셨다는 보도에 즉각 비난하고 나서며 여야간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는 고위공직자들이 이미 보유한 일본차를 팔고 다른 차를 사용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때는 고위공직자가 저렴한 고효율 하이브리드 일본차를 이용해 검소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불매운동 때문에 갑자기 ‘차를 팔아라’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여론이 더 따가워지면 ‘공고’ 정도는 할 수 있으나 직접적으로 어떠한 지침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런 사안은 각자의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다. 덜 타고 다니고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