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의 팝송 영어] Eminem ‘Lose Yourself’

“노래는 꿈과 같아서 늘 현실로 만들고 싶어지는 것이다. 노래는 꼭 가야 하는 이상한 나라 같은 것이기도 하다.(A song is like a dream, and you try to make it come true. They’re like strange countries that you have to enter.)”

미국 팝역사상 최고의 싱어송라이터로 꼽히는 밥 딜런이 한 말입니다.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백인 ‘음유시인’이 내린 노래의 정의를 혁명적으로 실천한 장르는 뜻밖에도 흑인음악인 힙합(Hip Hop)입니다. 기존 팝 팬들에게는 너무나 낯선, 이 주문같은 랩 음악은 전세계 대중음악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팝음악의 변방 정도로만 여겨지던 흑인 아티스트들이 힙합을 통해 주류로 등장했고 힙합을 빼고 현재의 팝음악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습니다. 무엇보다 빈민가에서 자라나 성공한 힙합 아티스트들은 노래를 통해 청중들과 꿈을 나눴고, 이상한 나라 같았던 이 음악은 꼭 들어야 할 통과의례가 됐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Lose Yourself’는 힙합의 주인이 된 흑인들의 텃세에 맞서 인종 ‘역차별’을 극복한 백인 아티스트 에미넴의 노래입니다. 요즘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도 힙합의 위세가 만만치 않지만 에미넴 데뷔 당시인 1990년대만 해도 흑인이 아닌 다른 인종이 힙합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디트로이트의 빈민가 ‘8마일’의 이동주택에서 자란 에미넴은 마을 이름을 딴 자전적 영화의 주제곡인 이 노래에서 경쟁과 기회, 그리고 꿈을 이야기합니다. 랩 배틀(rap battle)을 앞둔 젊은 래퍼의 숨막히는 긴장을 그린 가사는 듣는 사람들도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도록 합니다.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가 있다면 이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흘려보낼 것인가?(If you had one shot, or one opportunity to seize everything you ever wanted in one moment, would you capture it Or just let it slip?)”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노래는 힙합 특유의 라임(rhyme)을 통해 경연 현장의 긴장감과 일상 생활의 비루함을 교차적으로 전달합니다.

이 숨막히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정답은 ‘너 자신을 잊고 현재의 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 놓치지 말아야 한다(You better lose yourself in the music, the moment, You own it, you better never let it go)’는 것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매 순간을 뜨겁게 불사르는 열정이 필요하다는 외침입니다. 동시에 비참했던 과거와 현재의 상황이 미래의 기회와 꿈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모두 잊고 완전히 ‘새로운 나’로 거듭나야만 한다는 의지이기도 합니다.

동네 클럽에서 벌어지는 작은 랩 배틀 마저도 ‘일생의 단 한번 뿐인 기회’라고 여기며 최선을 다한 에미넴은 전설적인 힙합 프로듀서인 닥터 드레에게 발탁된 후 힙합은 물론 팝음악의 역사를 바꾼 아티스트가 됩니다. 깊게 매몰됐던 과거의 자아를 놓아버리고(lose myself), 꿈으로 자신을 가득 채운 래퍼는 노래 마지막에 이렇게 외칩니다. “네 마음 속에 작정한 것은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어(You can do anything you set your mind to, man)”.

꿈을 현실로 만들려는 노력은 음악의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꿈은 기적처럼 이뤄지곤 합니다.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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