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의 짧은 생각] “다른 신문에 먼저 나온 기사는 안 써요”

지난 18일(금) 오후 6시30분에 둘루스 한식당에서 동남부한인회연합회의 임원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도 하고 타주에서 온 한인 인사들과 인사도 나누려고 식당을 찾았습니다.

마침 식당 한편의 방에 이홍기 애틀랜타한인회장과 김백규 한인회관 관리위원장, 주파운데이션 주중광 박사, 주지영 대표 부부가 앉아있는 모습이 보여 인사를 하러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모임은 주박사 부부가 한인회에 약정했던 한인회관 보수비용 20만달러를 전달하는 자리였습니다.

매우 의미있는 기사라고 판단했기에 사진을 찍어 보도하겠다고 하자 주박사 부부가 사양을 하시더군요. 이미 기탁하겠다는 예고 기사가 다 나갔는데 또 소개하면 본인들이 너무 부각되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래도 한인사회를 위해 꼭 소개해야 하는 기사라고 설득해 전달 사진을 찍고 곧바로 애틀랜타 K에 보도(기사 링크)했습니다.

그런데 밤 9시 경 뜻밖에도 한인 기자들이 모여있는 카톡방에 한 기자가 이홍기 한인회장의 해명을 담은 글을 올렸습니다. “이상연 기자가 동남부연합회 취재를 왔다가 우연히 전달 현장을 취재해 ‘본의 아니게’ 기사가 나간 것이니 오해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일은 기자회견을 열어야 기부자도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거나 “한인사회의 큰 이벤트가 묻히겠다”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상식적으로 엠바고(보도 보류)가 걸려있는 기사도 아니고, 본인들이 굳이 전체 공개를 할 생각도 아니었는데 현장에서 취재한 언론이 먼저 보도했다고 항의를 하는 것이 우습지만 이런 일까지 해명을 해야하는 한인회장의 곤란한 처지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난 뒤 이홍기 회장에게 “다른 언론사에 제공해도 좋다”고 찍은 사진 전체를 텍스트로 전송해줬지만 소용이 없었나 봅니다.

무엇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다른 언론이 먼저 보도하면 우리는 안 한다”는 사고방식입니다. 한인사회의 중요한 일이라면 독자들을 위해 보도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각 언론사마다 독자들이 다른데 속칭 “물 먹었다”는 이유로 중요한 기사를 보도하지 않으면 자신의 독자들에게 죄를 짓는 것입니다.

기자 카톡방에는 한 방송사 기자가 찍은 기금 전달장면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동남부연합회 위원인 해당 기자가 뒤늦게 식당에 왔다가 이홍기 회장의 부탁으로 사진을 찍었다는 후문입니다. 아마 이 회장도 기자들의 ‘원성’이 두려워 애틀랜타 K가 제공한 사진 대신 새로운 사진을 찍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박사 내외의 기금 전달 소식을 보도한 한인 언론사는 애틀랜타 K 외에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다른 언론이 먼저 보도했다는 이유만으로 한인사회의 큰 이벤트가 묻힌다면 피해는 한인사회에 돌아갈 뿐입니다.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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