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의 미국정치 이야기] 16.게리멘더링의 정치학

주의회 장악한 조지아주 공화당, 연방의회 의석까지 좌우

주의회가 연방 지역구 변경 가능…’경쟁없는 선거판’ 우려

지난 22일 조지아주 상원과 하원이 연방하원의 선거구 지도를 다시 획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에게 보냈습니다.

조지아 주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선거구별 인구 구성이 달라지고 있어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 법안을 밀어부쳤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의 속셈은 내년 치러지는 중간선거에 앞서 자신들에게 불리해진 노스풀턴 일대 제6지구의 관할지역을 바꿔 공화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입니다.

현재 조지아주의 연방하원 의석은 14석으로 8석은 공화당이, 6석은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대로 내년 중간선거가 치러지면 공화당 9석, 민주당 5석으로 공화당 우위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달라진 선거구/Georgia Legislative and Reapportionment Office Map 

현재 제6지구의 현역 의원은 민주당 소속 루시 맥베스입니다. 지난 2018년과 2020년 연이어 공화당 캐런 핸델을 꺾고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실시되면 제6지구는 공화 지지층이 대거 거주하는 포사이스카운티 등의 지역을 포함하게 됩니다.

법안 통과가 확실시되자 맥베스 후보는 곧바로 옆 지구인 제7지구로 출마지를 옮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제7지구의 현역의원도 민주당 소속인 캐롤린 보르도입니다. 한 선거구에서 같은 당 소속 현역 의원 2명이 경선을 치르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귀넷카운티를 포함하는 제7지구는 현재 민주당이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하는 선거구로 바뀌었고 이번 재조정으로 이같은 민주당 우위가 더욱 굳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020년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보르도에게 석패했던 리치 맥코믹이 법안 통과후 “제6지구로 옮겨 출마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 게리맨더링은 합법적 정치행위일까?

조지아주 민주당은 이같은 선거구 조정에 대해 ‘전형적인 게리맨더링’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선거구 지도를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바꾸는 행위를 일컫는 말인 ‘게리맨더링'(영어발음은 ‘제리맨더링’입니다)은 1812년 당시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던 엘브릿지 게리(Elbridge Gerry)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게리 주지사는 보스턴 일대의 지역구를 자신이 소속된 민주-공화당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주의회를 동원해 희한한 모양의 선거구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선거구의 모습이 전설 속에 나오는 상상의 양서류 동물인 샐러맨더(Salamander)와 비슷했기 때문에 게리의 이름과 샐러맨더를 합성해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라는 용어가 탄생한 것입니다.

게리맨더링을 풍자한 보스턴 가제트 신문

당시 보스턴 가제트가 만들어낸 이 용어는 세월이 흐르면서 발음이 변화하고 의미와 적용방법도 조금씩 바뀌었지만 부정적 의미의 정치적 책략을 일컫는 상징적인 명칭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부정적 의미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게리맨더링은 매우 합법적이고 효과적인 정치행위입니다. 우선 미국 헌법에 따라 각 주정부가 주 영역내의 모든 선거를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방의회의 선거구라 할지라도 주의회의 법 개정과 주지사의 서명으로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선거구를 바꾸지 않고 고정시키는 행위 자체가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금지됐기 때문에 인구 변화 등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선거구를 유동적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 오히려 올바른 정치활동입니다. 문제는 주의회를 장악한 정당에 유리한 대로 연방의회의 판세가 변한다는 것인데 사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이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비난할 처지는 아닙니다.

◇ 지나치면 ‘의미없는 선거’ 만들어

재미있게도 게리맨더링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는 조지아대학교(UGA)가 자리잡고 있는 에덴스-클락카운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젊은 지식인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민주당 지지세가 확연한 지역이지만 놀랍게도 7개의 주의회 및 커미셔너 선거구 가운데 민주당 소속 현직은 단 1명 밖에 없습니다.

주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UGA 캠퍼스를 3개의 선거구로 쪼개서 한 선거구를 극단적인 민주당 지지 지역으로 만드는 대신 다른 2곳의 선거구에는 주변 농촌구역을 억지로 포함시켜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같은 수법을 조지아주 뿐만 아니라 미국 50개주가 널리 사용하다 보니 선거구 별로 정당별 지지세가 뚜렷해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선거’가 속출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합니다. 실제 지난 2020년 연방하원 선거의 경우 미국 전체 선거구의 90% 가량에서 특정 정당이 낙승을 거두는 ‘비경쟁’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조지아 공화당은 이번 선거구 재조정으로 민주당 지지주(Blue State)로 빠르게 변화하는 조지아주의 정치 지형을 당분간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와 연방상원 선거에서 증명됐듯 인구 유입이 늘어날수록 민주당 지지세는 더욱 확연해질 것입니다.

조지아주 공화당도 게리맨더링의 ‘약발’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정책 변화와 이미지 개선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지 못한다면 조지아주는 결국 남부의 ‘민주당 보루’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대표기자

달라진 조지아 제6지구와 7지구/AJ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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