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오페라 김은선 음악감독, ‘토스카’로 데뷔공연
21일 밤 샌프란시스코의 워 메모리얼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오페라(SFO)의 2021-2022년 시즌 개막 공연 ‘토스카’는 관객들의 열광적인 기립 박수로 막을 내렸다.
한국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그리고 한국인으로는 지휘자 정명훈씨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 메이저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을 맡은 김은선(41)씨가 음악감독으로 데뷔한 무대다.
이날 공연은 라이브 무대에 목말랐던 관객들에게도 갈증을 달래줄 오아시스 같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연을 중단했던 샌프란시스코오페라가 1년 6개월 만에 공연장에서 관객과 만난 자리였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그러나 질투 많은 소프라노 가수 토스카, 그의 연인이자 화가인 카바라도시, 그리고 오페라계 최대의 악당 중 하나로 꼽히는 로마 경찰청장 스카르피아 등 3명의 주요 인물이 극을 끌어간다.
이들 세 명이 모두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는 만큼 극의 전체적인 색채는 어둡고 무겁다. 그럼에도 남녀 간의 사랑 싸움이나 희극적인 신부 등등 웃음을 안기는 요소도 곳곳에 있다.
헤로인인 토스카 역에는 소프라노 아일린 퍼레즈가, 카라바도시 역에는 테너 마이클 파비아노가 각각 캐스팅됐는데 관객들로부터 호평받는 노래와 연기를 선보였다.
2막의 대표 아리아로 꼽히는 토스카의 솔로 공연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와 3막의 대표 아리아인 카바라도시의 솔로곡 ‘별은 빛나건만’이 끝난 뒤 객석에선 ‘브라보’하는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소프라노 퍼레즈는 도이체 슈타츠오퍼 베를린 등이 무대에 올린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라보엠’의 ‘미미’ 역 등으로 유명한 가수다.
도이체 슈타츠오퍼 베를린의 ‘시몬 보카네그라’에서 아멜리아 역을 맡아 플라시도 도밍고와 협연하기도 했다.
또 테너 파비아노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도이체 오퍼 베를린의 ‘라 보엠’에서 로돌포 역을, 파리 오페라의 ‘오셀로’에서 카시노 역을 맡는 등 다양한 역을 소화했다.
두 사람 모두 미국인 음악가에게 주어지는 ‘리처드 터커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공연을 본 관객들은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남편과 함께 공연을 보러 온 앤 로어는 “(음반) 리코딩과 맞먹는 수준의 공연”이라며 “가수들이 음정 하나 틀리지 않고 노래를 불렀고 격정적인 연기를 했다”고 상찬했다.
로어는 “가수들의 연기가 기쁨과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관객들에게 스며들게 했다”며 “음악감독의 지휘도 매우 훌륭했다”고 말했다.
이름을 다니엘르라고 밝힌 한 여성 관객은 “2막 토스카의 솔로 공연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오케스트라 연주는 아주 멋졌다”고 평가했다.
다니엘르는 “전체적으로 완벽했다”면서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이 성벽을 오르며 상승하다가 떨어져 죽는 연출도 멋졌다”고 말했다.
줄리아라는 여성 관객은 “1막에서 토스카와 카라바도시가 서로 사랑 싸움을 하는 장면이 좋았다”며 “무대 장식과 연기가 매우 훌륭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은 샌프란시스코오페라가 자체적으로 한 인터뷰에서 푸치니 작품 중 ‘토스카’와 ‘라 보엠’, ‘나비부인’ 등 3편을 지휘해봤는데 그중 ‘토스카’가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중심을 지키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극의) 스토리 때문이 아니라 푸치니의 언어, 그의 화성과 기악 편성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했다.
‘토스카’는 이날 공연을 포함해 다음 달 5일까지 총 5회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