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델타변이 확산 속 전대미문의 실험

WSJ “모든 규제 해제…어떤 일 일어날지 불확실”

존슨 총리 “국민 스스로의 판단과 행동에 맡긴다”

영국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백신과의 전투가 정점에 다다르고 있는 가운데 영국 정부가 경제를 개방해 주목을 받고 있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19일 거의 모든 코로나19 관련 규제가 풀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 국민들이 얼굴을 가리거나,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거나, 대규모 모임 참석 여부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영국은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또는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 더 많은 5만명에 육박하는 일일 확진자 발생에도 경제 개방을 단행했다.

영국 정부는 감염자는 많지만 이전 유행병 유행에 비해 입원율과 사망률은 훨씬 낮다며 경제 개방 결정을 정당화했다.

이 같은 접근법은 예방접종과 국민들의 경계심이 대량 입원과 사망의 재발을 막아줄 것이라는 희망이 깔려 있다.

이스라엘 정부 고위 자문단을 이끌고 있는 란 발리서 책임자는 영국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스라엘 정부가 앞으로 몇주 동안 신중한 접근을 취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육군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영국에서) 교훈을 얻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결정은 유럽 등 주변국, 미국 일부 지역,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 강국들과 정반대다.

이들 국가는 델타 변이를 막고자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확보 등 공공보건 대책을 강화하고 이와 더불어 백신 출시에도 집중하고 있다.

궁극적인 문제는 백신 접종률이 높은 선진국들이 전염 속도가 빠른 델타 변이에 직면해서 대유행 이전의 삶을 즐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영국의 이번 실험은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 등 감당할 수 있는 계절적 위협으로 물러날 수 있는지, 폐쇄와 사회적 거리를 과거로 넘길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강력한 신호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통계청은 성인의 92%가 전체 또는 부분 예방접종이나 과거 감염으로 인한 면역력 보호 수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경제 개방 계획은 영국과 많은 공중 보건 전문가들로부터 비윤리적이고 무모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들은 영국 정부가 불필요하게 영국인들을 질병에 노출시키고 백신 방어를 회피할 수 있는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위험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본(Bonn) 대학의 역학자인 헨드릭 스트릭 교스는 “이는 다소 위험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부 질병 전문가들은 영국 정부의 전략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경제를 개방하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것 사이에서 백신 접종 사회에서 더 나은 균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런던대학의 역학 및 보건 정보학 교수인 아이린 피터슨은 “아무도 정부 결정이 전적으로 옳다거나 틀리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 단계에서는 확진자 급증 때문에 규제가 강화됐다”며 “이는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피터슨 교수는 “우리는 미지의 순간에 와 있다”며 영국인들이 자발적으로 공중 보건 예방책을 얼마나 철저히 준수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제한하느냐에 부분적으로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 AFP=연합뉴스) 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델타’의 확산으로 비상인 가운데 2021년 6월 7일(현지시간) 수도 런던의 번화가인 옥스퍼드 거리의 한 상점에 ‘사회적 거리두기’ 알림판이 내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