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 벤츠공장 노조결성 좌절

UAW 기세 꺾여…”현대차 공장은 노조 활동 더 어려워”

앨라배마주의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 공장의 노조 결성이 좌절되면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등에서 노조를 확대하려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 전했다.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에 따르면 전날 앨라배마주에 있는 벤츠 공장 2곳에서 노조 결성 여부를 정하는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노동자의 약 56%인 2642명이 노조 결성에 반대표를 던졌다.

벤츠 공장을 비롯해 미 남부에서 노조 결성 캠페인을 열성적으로 벌여온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숀 페인 회장은 투표 결과가 나온 뒤 “이번 패배는 뼈아프지만,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과거에도 패배한 적이 있지만, 그것을 통해 배우고 앞으로 나아간다”며 “그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앨래배마주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의 로고
앨래배마주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의 로고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NYT는 페인 회장의 언급이 UAW가 또 다른 앨라배마주의 자동차 공장인 현대차 몽고메리 공장에서 노조 조직화에 집중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을 연구하는 미시간대 경영학 교수 에릭 고든은 현대차 공장에서 노조를 조직하는 것이 벤츠 공장에서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고든 교수는 현대차 공장의 UAW 소속 노조의 경우 벤츠나 폴크스바겐의 노조가 본사 소재지인 독일의 강력한 산별노조에서 받는 것과 같은 외부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든 교수는 또 “일반적으로 한국 자동차 회사는 독일 제조업체보다 노조와 더 적대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노조와 한 회의실에 함께 앉는 데 덜 익숙하다”고 분석했다.

앞서 UAW는 지난해 하반기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대형 3사에서 전례 없는 동시 파업을 벌인 끝에 이들 회사에서 4년간 25%의 임금 인상안을 끌어낸 바 있다.

이후 승리의 여세를 몰아 현대차와 도요타, 혼다 등 노조가 없는 13개사 노동자 15만명을 대상으로 노조 가입을 독려하는 캠페인에 착수했으며, 지난 2월 초에는 현대차 공장에서 노동자들의 30% 이상이 노조 가입 카드에 서명했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현대차 공장에서 노조 가입률이 절반을 넘었다는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NYT는 노조에 적대적인 미 남부 지역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노조의 기세를 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으로 공화당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부에서는 노조 세력을 북부 민권운동 세력이나 민주당과 연결 지으며 반감을 갖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이다.

케이 아이비 앨라배마 주지사를 비롯해 공화당 소속 남부 지역 주지사 6명은 최근 노조 결성이 자동차 업체들의 일자리를 다른 지역으로 몰아낼 수 있다며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을 만류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이런 지역 정서에 더해 UAW가 벤츠 공장에서 실패한 사례가 가까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도 노조의 기세를 꺾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