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시대’…뉴욕 명소 5번가 텅 빈다

명품거리 1층 매장 4곳 중 1곳 비어

아마존 공세에 명품산업도 영향받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심장이라 할 명품거리 5번가가 활력을 잃고 비어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데다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았던 임대료가 여전히 내려갈 줄 모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 맨해튼 5번가는 웨스트와 이스트로 나뉜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쇼핑가인 이곳은 센트럴파크 남단의 59번째 스트리트(st.)에서 록펠러센터가 있는 48번째 스트리트까지 약 10개 스트리트가 중심이다.

이스트 51번 스트리트의 성패트릭 대성당부터 카르티에, 구찌, 티파니, 루이비통같은 명품점이 즐비하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IT 기업 플래그십 매장도 있다. 버그도프굿맨 백화점, 트럼프 타워 등도 위용을 자랑한다. 하지만 언제나 관광객과 쇼핑객이 들끓던 이곳도 이제 예전같지 않다. 1층 매장 네 곳당 한 곳이 비어있기 때문이다.

센트럴파크를 향해 올라가는 오른쪽이 대체로 명품점이면 왼쪽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라나 유니클로, 아베크롬비앤피치 등의 브랜드 의류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어느 쪽을 막론하고 상황은 좋지 않다. 베르사체, 갭, 폴로 랄프 로렌, 토미힐피거, 헨리 벤델 백화점 등은 이미 문을 닫았거나 매장 폐쇄를 검토중이다. 웬만한 물건은 아마존으로 사는 ‘아마존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슬라이스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17년말 미국 온라인 상품 매매의 40%는 아마존닷컴을 통해 이뤄졌다. 블룸리치에 따르면 모든 상품 검색의 절반 이상이 아마존닷컴에서 시작된다.

올해는 이보다 더 비중이 높아졌다. 2019년 2월 온라인 상품 구매의 절반은 이마존을 통해 이뤄졌다.

인터넷 쇼핑이 늘면서 아마존의 매출도 함께 늘어났다. 2019년 1분기에 전자상거래는 1년 전보다 1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매판매가 2% 증가한 것에 비하면 급격한 증가세다. 온라인은 아직은 전체 소매 거래의 10.2% 규모지만 비중이 더 커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간 IT공룡 아마존이 접수하지 못한 분야가 없지는 않았다. 바로 명품 분야다. 하지만 이 역시 점차 아마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2017년 ‘콧대높던’ 나이키가 아마존에 입점했다. 샤넬, 루이비통같은 명품들은 아마존을 통해 중고품이 팔리고 있다. 개개인이 알음알음으로, 혹은 소규모 중고 명품 거래 사이트를 통해 팔리던 중고 명품이 아마존 제3자셀러들을 통해 전면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중고품의 대량 유통은 결국 신상품의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으로 유명한 보석업체 티파니도 고객 대부분이 들어왔다가 빈손으로 나간다. 유명세 덕에 전체 매출의 10%가 발생하는 매장이지만 전반적인 오프라인 매장 위축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인접한 트럼프 타워 경비가 강화된 것 때문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멀어졌다.

매출이 줄고 있는 매장들에 높은 임대료는 이중의 고통이었다. 부동산서비스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5월 발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했던 맨해튼 5번가 49~59스트리트 지역 상업 건물 1층의 평균 임대료 희망가는 제곱피트(0.092㎡)당 277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고의 임대료를 기록했던 2017년 초보다 11% 하락한 가격이다. 공실률은 1분기에 25%를 나타냈다. 13년래 최고였던 지난해 4분기의 27.5%에서 소폭 회복되었지만 여전히 매장 4곳당 한곳이 비어있는 것이다.

다른 단체의 조사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

뉴욕부동산협회가 5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지역 건물주들의 임대 희망가는 3047달러였다. 1년 전 봄에 비해 22% 하락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희망 가격은 오프라인 매출이 줄고 있는 임차인들에게 부담이다.

협회는 “가장 가격이 높을 때 건물을 산 새로운 건물주들은 가격을 맞추는데 주저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빈 공간을 채우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5번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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