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절정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유럽 투어 콘서트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이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 유럽에 가려는 미국인들의 여행 수요가 붐을 이루고 있다고 경제매체 CNBC가 2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최근 스위프트 팬들의 유럽 여행 사례와 여행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을 인용해 이런 현상을 전했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사는 여성 니키타 라오(43)는 오는 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스위프트 콘서트를 보기 위해 남편, 두 자녀와 함께 지난 주말 집을 나섰다.
지난해 이미 미국에서 딸과 함께 스위프트의 공연을 관람했던 라오는 가족의 올해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면서 스위프트의 유럽 투어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고 했다.
라오는 “그녀(스위프트)가 거기 있을 것이기 때문에 런던과 암스테르담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티켓만 구할 수 있다면 휴가 내내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여행업체 ‘런웨이 트레블’ 설립자인 제시카 그리스캐비지는 최근 미국인들 사이에서 스위트의 유럽 콘서트에 따라가려는 관심과 열정이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면서 “아티스트를 보러 가려는 여행 수요가 이렇게 열기를 띤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CNBC는 스위프트로 인해 촉발된 미국인들의 이런 여행 추세를 ‘열정 여행'(passion tourism)이란 용어로 지칭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이 넘는 53%가 스위프트의 팬이라고 답했고, 약 16%는 스스로를 열성 팬으로 인식했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지난해 스위프트의 에든버러 콘서트 티켓 판매가 시작된 뒤 미국인들의 에든버러 숙소 검색 건수가 약 500% 급증했다고 전했다.
에어비앤비 측은 인기 가수의 콘서트가 “멋진 곳을 여행할 기회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결합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스위프트의 콘서트 티켓 가격이 유럽에서 더 저렴하다는 점도 미국인들의 여행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재판매를 통해 천정부지로 치솟은 티켓 가격 탓에 콘서트를 보지 못한 팬들에게는 여행 경비를 더하더라도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티켓 가격 덕에 전체적으로 더 낮거나 비슷한 비용이 큰 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 전문가 그리스캐비지는 “유럽의 재판매 티켓은 미국보다 훨씬 더 합리적인 가격에 유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미국인이 스위프트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유럽으로 찾아가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스위프트의 콘서트가 열리는 지역에서 막대한 경제효과가 유발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경제기관에서 분석해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진 바 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스위프트의 영국 4개 도시(에든버러·리버풀·카디프·런던) 투어로 총 9억9700만 파운드(약 1조7543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에서 총 120만명이 콘서트를 관람하고 1인당 평균 848파운드(약 149만원)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에서는 스위프트의 투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다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스위프트의 콘서트가 유럽의 서비스 인플레이션을 부추긴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단지 테일러 스위프트의 영향만은 아니다. 다른 요인들도 있다”고 답했다.
스위프는 지난해 3월 ‘에라스 투어'(Eras Tour)를 시작해 북미와 남미를 순회했으며, 올해 아시아와 호주를 거쳐 지난 5월부터 유럽을 돌고 있다. 오는 10월에 미국 3개 도시를 방문한 뒤 12월 캐나다에서 이 투어를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