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줄리아니, 대선 당일 ‘이겼다 선언하라’ 종용”

WP 기자들 저서…”참모진 ‘말도 안 돼’ 반응에도 트럼프 승리 선언”

줄리아니 [EPA=연합뉴스/자료사진]

줄리아니 [EPA=연합뉴스/자료사진]

지난해 대선 조작 음모론에 앞장섰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대선 당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아무런 근거 없이 승리 선언을 종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언급은 워싱턴포스트(WP) 기자인 캐럴 리어닉과 필립 러커가 곧 출간할 저서 ‘나 홀로 고칠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의 재앙적 마지막 해’에 담겼다고 미국 더힐과 영국 가디언 등이 13일 WP의 발췌본을 인용해 보도했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줄리아니 전 시장은 대선 당일인 지난해 11월 3일 밤 술에 취한 듯한 모습으로 백악관에서 소란을 벌이다가 빌 스테피언 선거대책본부장,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 제이슨 밀러 선임고문 등을 만났다.

리어닉과 러커는 책에서 “줄리아니의 대계획이란 아무 근거 없이 그냥 트럼프가 이겼다고 말하라는 것이었다”며 “스테피언과 밀러, 메도스는 그가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며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메도스는 “우리는 그럴 수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실제로 그 말대로 했다.

폭스뉴스가 경합지역 애리조나주를 일찌감치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예측했지만, 줄리아니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트럼프에게 “당장 가서 승리를 선언하라. 지금 가서 승리를 선언해야 한다”고 종용했다.

이후 4일 새벽 2시 트럼프는 백악관 이스트룸으로 향했고 “이건(선거) 미국 국민에 대한 사기다. 우리나라에 수치스러운 일이다. 솔직히 우리가 이번 선거에 이겼다”고 주장했다.

최근 뉴욕과 워싱턴DC에서 줄리아니 전 시장의 변호사 자격은 정지됐다.

이 책에 인용된 한 익명의 보좌관은 “아이를 극장에 데려가고 (쉐보레 스포츠카) 콜벳에 태우고 돌아다니는 멋진 삼촌이 있다면 책임감 있는 부모가 되기 어렵다”며 “대통령에게 그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을 때 책임지는 자리에 있기란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