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은 전초전…전기차 배터리 경쟁 본격화

미국- 유럽 시장 판매 증가 본격화, 중국 규제 완화 호재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현지생산 앞다퉈 증설

LG화학 기술연구원에 전시된 전기차 배터리

2020년에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된다. 격전장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다.

특히 올해부터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면서 업체 간 수주전과 기술 확보 경쟁도 숨 가쁘게 전개될 전망이다. 지난해 불거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은 일종의 ‘전초전’에 불과하고, 한국 업체를 비롯해 일본과 중국 업체들까지 가세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선 업체간 사활을 건 싸움이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다.

1일 에너지시장 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은 2020년 850만대로 전년 예상치 대비 40%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19%의 성장을 지속, 2025년에는 2200만대, 2030년에는 3700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되면서 2030년께 전체 자동차 시장의 30%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SNE리서치는 내다봤다. 특히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이 이산화탄소 규제를 본격화하면서 폭스바겐 등 유럽의 전기차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달에는 중국 당국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탑재 차량에도 2년9개월 만에 친환경차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재공략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4각 생산체제 및 합작법인 현황

중국·유럽과 함께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으로 손꼽히는 미국 시장은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2019년 52만대에서 2021년 91만대, 2023년 132만대 등 연평균 26% 성장이 예상된다.

이 같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세에 발맞춰 국내 배터리 3사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LG화학은 2011년 충북 청주와 2012년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시, 2015년 중국 강소성 남경시 1공장, 2018년 폴란드 브로츠와프, 2019년 중국 남경시 2공장 준공해 약 70GWh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LG화학은 여기에 더해 지난달 미국 1위 자동차 업체인 GM(General Motors)과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법인을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합작법인은 50대 50 지분으로 양사가 각각 1조원을 출자하며, 단계적으로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해 3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공장부지는 오하이오(Ohio)주 로즈타운 지역으로 올해 중순 착공할 계획이며, 양산된 배터리셀은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공급된다. LG화학은 지난해 6월에는 중국 지리(吉利) 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해 2022년부터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현황(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올해부터 중국과 유럽에서 해외 생산기지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2021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손익분기점 돌파 목표 달성을 가시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8년 9월 서산 배터리 제2공장이 완공된 이후 꾸준히 출하량을 늘려온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분기 869억원이었던 배터리 사업 부문 적자가 2분기 671억원, 지난 분기에는 427억원까지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의 이같은 배터리 사업부문 실적 개선세는 2020년 해외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5일 중국 창저우 공장을 준공했고, 올해 초에는 헝가리 코마롬 제1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두 공장 모두 7.5GWh/년 규모로 SK이노베이션은 4.7GWh/년 규모의 서산공장을 합쳐 총 19.7GWh/년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오는 2022년부터는 헝가리에 제2공장(9GWh/년)과 미국 조지아 공장(9.8GWh/년)도 가동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매출액 기준 2018년(1조3860억원)의 3배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전기차 판매 증가로 올해 중형전지부문 흑자전환도 기대하고 있다. BMW, 폭스바겐, 피아트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둔 삼성SDI의 배터리는BMW i3(순수 전기자동차), BMW i8(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Fiat 500e(순수 전기자동차) 등에 사용된다.

유진투자증권은 “2020년부터 유럽 전기차 판매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SDI의 중형전지부문 흑자전환 시점도 2020년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삼성SDI도 시장 성장에 발맞춰 생산시설 증설에 나서고 있다. 울산과 중국 시안, 헝가리 등에 생산시설을 갖춘 삼성SDI는 지난해 헝가리 공장에 5600억원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으며, 중국의 배터리 생산법인인 삼성환신동력전지(삼성환신)의 지분 15%를 추가로 매입, 65%의 지분을 확보했다.

삼성SDI는 2018년에는 2313억원을 출자해 중국 내 또 다른 생산기지인 톈진법인의 지분도 50%에서 80%로 높였다. 삼성SDI는 중국 내 법인들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확고한 경영권을 바탕으로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발맞춰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SDI의 생산능력은 기존 20GWh로 올해에는 30GWh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세계시장 점유율 10위권에는 1위 CATL(중국)부터 파나소닉(일본), BYD(중국), LG화학, AESC(중국), 귀쉬안(중국), 삼성SDI, PEVE(일본), SK이노베이션과 10위인 리션(중국)까지 동아시아 3국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