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면책특권 내세워온 트럼프, 소송·검찰 수사에 방패 잃게 돼
납세자료 제출거부 힘들어져…성추문 관련 명예훼손 소송도 대기
백악관을 떠나 ‘자연인’으로 돌아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는 대통령이라는 방패막이 없이 상대해야 할 법적인 문제들이 잔뜩 쌓여있다.
7일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면책특권을 잃으면 법적 문제로 인한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그를 기다리는 각종 검찰 수사와 소송 등을 정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하는 칼끝 중 하나는 뉴욕 맨해튼 지검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수사다.
사이러스 밴스 지검장이 이끄는 이 수사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주장한 여성 2명의 입을 막기 위해 거액을 준 것과 관련된 수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옛 집사’인 마이클 코언이 입막음 돈을 지급하는 데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그룹이 관여했는지를 파헤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융, 납세, 보험 사기 의혹으로까지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맨해튼 지검은 지난해 8월 트럼프 개인과 트럼프 그룹의 8년 치 납세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면책특권을 주장하며 거부해 양측이 대법원까지 가는 긴 법정공방을 이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퇴임하면, 더는 납세자료 제출을 거부할 명분이 사라진다.
코리 브렛슈나이더 브라운대 교수는 로이터에 “검찰이 납세 자료를 얻기 위한 소환장을 발부했고 이 문제가 대법원까지 갔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매우 심각한 범죄 수사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들어설 조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트럼프 대통령 납세 관련 의혹 제기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정부로부터 탈세 혐의로 기소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NYT는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의 20년치 소득신고 자료를 토대로 그가 2016년과 2017년 연방소득세로 각각 750달러(약 84만원)만 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레티샤 제임스 검찰총장이 이끄는 뉴욕주 검찰도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그룹에 대해 납세 사기 혐의를 수사 중이다. 지난달엔 차남 에릭 트럼프가 원격으로 관련 조사를 받기도 했다.
성추문을 둘러싼 명예훼손 소송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잡지 엘르의 칼럼니스트였던 E. 진 캐럴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1990년대 뉴욕의 한 백화점 탈의실에서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폭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미 법무부는 이 소송의 피고를 대통령 개인이 아닌 연방정부로 바꾸려다 법원에서 거부당하기도 했다. 이제 정권이 바뀌면 더이상 법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해줄 이유가 없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송인 시절 진행했던 TV쇼 ‘어프렌티스’를 출연자 서머 저보스도 트럼프 대통령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태다.
저보스가 2007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강제로 키스를 당했다고 주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거짓말쟁이’라고 칭했다.
소송이 제기된 후 트럼프 대통령 측은 현직 대통령이어서 면책특권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면책특권을 즐길 수 있는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면 더 많은 추가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