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가보니

시카고 새 명물…5층건물 층별 주제, 50피트 높이 원두통 ‘눈길’

3만5천스퀘어피트, 로스팅~브루잉 ‘원스톱 체험’…커피향 가득

시카고에 또 하나의 명물이 들어섰다. 시카고 번화가 3만5000스퀘어피트(약 980평)규모 5층 건물에 들어선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시카고'(Starbucks Reserve Roastery Chicago)가 그곳. 시애틀과 뉴욕, 밀라노, 상하이, 도쿄에 이어 전 세계 6번째 리저브이자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이 지난 15일 문을 열었을 때 새벽부터 1000명이 넘는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첫 입장’을 하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다.

안 가볼 수가 없었다. 개장 이틀째 찾아갔다. 1시간여 대기하며 헛웃음이 났지만 입장 후 두어시간 내부 ‘순례’를 하면서 감탄사를 적잖이 내뱉었다.

시카고 중심가에 들어선 세계 최대 규모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15일 개장 이후 아직도 입장하려면 1시간은 기다려야할 정도.(박영주 통신원 제공)

◇커피 박물관? 혹은 커피숍의 미래?

잘 꾸며놓았다. 커피 박물관? 혹은 커피숍의 미래? 스타벅스 욕심이 과욕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공간이었다.

리저브 로스터리는 다운타운 유명 쇼핑 거리인 미시간 애비뉴(646 N. Michigan Avenue)에 있다. 오랜 역사의 가구점 크레이트 앤 배럴(Crate & Barrel)이 있던 곳이다. 버버리 등 유명 브랜드들과 이웃하고 있다.

일단 규모는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1층부터 4층까지 층별 주제를 정해놓고 그에 맞춰 실내 장식과 상품 구성, 직원 배치 등을 해놓았다.

1층에선 일단 맛보기. 종류별 커피와 스타벅스 기념품 등을 살 수 있다. 앉을 곳이 제일 많은 2층은 이탈리아 베이커리 업체 프린시(Princi)의 다양한 빵과 함께 피자와 샐러드, 파스타, 그 외 디저트를 이용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 2016년 이 업체에 투자해 이탈리아 밖 프린시 매장 운영권을 확보했다.

3층은 ‘세상 모든 커피를’ 종류·브루잉별로 경험할 수 있는 이른바 체험바(Experiential Coffee Bar). 사이펀(Siphon), 포어오버(Pour Over), 케멕스(Chemex) 등 추출 방식별 가벼운 맛부터 진한 맛까지 직접 맛볼 수 있다. 바리스타가 손님 앞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주는 것도 볼거리. 관련 내용을 알려줘 공부는 덤이다. 이곳에서만 제공한다는 ‘액체형 질소 젤라토’는 다음에 먹어보기로.

바리스타가 손님 앞에서 사이펀을 이용해 직접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박영주 통신원 제공)

◇칵테일 바도 갖춰…예약해야 한잔 가능

4층 왼쪽에는 술을 마실 수 있는 아리비아모 칵테일 바(Arriviamo Cocktail Bar)가 있다. 유니온 스톡(Union Stock), 레이크 쇼어(Lake Shore) 등 시카고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칵테일이 인상적이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입구에서 예약을 해야 한다. 최대 1시간 기다려야 한단다. 그래서 안 마셨다. 다른 한 쪽에서는 배럴(숙성통)에서 숙성시킨 커피(Barrel -Aged Coffee) 등을 즐길 수 있다. 5층은 루프 테라스로 이용될 예정인데 아직 문을 열기 전이다.

이곳엔 볼거리도 풍성하다. 역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높이 17미터 높이의 캐스트 스탠드(Cask Stand). 청동색 관 8개로 구성돼 있다.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4층 높이의 캐스트 스탠드. 로스팅한 원두를 저장해 층별, 종류별로 압축분사방식을 이용해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박영주 통신원 제공)

3층 입구에서 만난 매장 직원의 말. “3층에서 로스팅 된 원두가 이곳에 보관돼 투명한 관을 통해 종류별, 층별로 분배돼요. 강한 압축을 이용해 원하는 곳에 배출하는 방식입니다” 실제 천장에는 각 원두통으로 연결된 파이프들이 송유관처럼 놓여있다. 여기저기서 압축분사방식으로 원두를 채워넣고 있다.

4층 캐스트 스탠드 꼭대기에 트리 오너먼트처럼 부착된 ‘리저브’ 로고도 놓쳐선 안 될 볼거리. 이미 그 앞은 인스타그램 ‘인증샷 명소’로 떠올랐다. 크리스마스 트리 같기도 하고, 교회 첨탑 같기도 한 묘한 느낌.

‘리저브’ 로고. (출처-박영주 통신원 제공)

커피의 시작이랄 수 있는 대형 로스팅 기계는 1층 입구 정면 쪽에 놓여있다. 이처럼 내부에 로스팅을 포함해 ‘리저브’라 불린다. 직원이 갓 껍질 깐 원두 속살이 로스팅을 거쳐 검은 커피 빈으로 바뀌는 과정을 설명했다. 로스터기는 꽤 비싸 보였다.

◇인테리어도 예술…”시카고는 스타벅스와 특별한 관계”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원형식 에스컬레이터는 회사 측에 따르면 ‘중서부 최초 곡면 에스컬레이터’이다. 캐스트 스탠드를 볼 수 있도록 한 배려인데, 올라가는 내내 동영상 촬영하면 결과물이 일품이다. 계단 이용하지 말고 입구 오른편 에스컬레이터를 꼭 이용하자.

각 층 벽면도 유심히 살피면 건질 게 많다. 대표적인 게 1층에 각 커피 브랜드로 새겨놓은 ‘CHICAGO’란 글자, 4층 오른쪽 공간 벽면에 부착된 시카고 기반 거리 예술가 몰리 자크라섹(Molly Zakrajsek)의 벽화(Radiant Reverence)와 전 세계 6개 리저브 소개 액자 등이다.

스타벅스가 시카고에 감사를 전한 ‘헌사’도 4층 벽에 있다. 글귀가 제법 감동적이다. 스타벅스가 시카고와의 오랜 인연을 강조하며 “잊지 않고 있다. 감사하다” 전하는 내용이다.

스타벅스는 1987년 시카고에 시애틀 밖 첫 매장을 운영했다. 이와 관련, 15일 개점 행사에 참석한 케빈 존슨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왜 시카고냐?”는 기자들 질문에 “역사를 통해 스타벅스는 시카고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스타벅스는 30년 전 시카고의 퍼시픽 노스웨스트 외부에 최초 스타벅스 커피숍을 열기도 했다”고 말했다.

각 커피 브랜드로 새겨놓은 시카고 글자. (박영주 통신원 제공)

상품 값은 비싸다. 바리스타가 “다른 스타벅스에서는 맛볼 수 없다”고 추천한 판테온 블렌드 빈티지 2019(Pantheon blend vintage 2019. 브라질·파나마·콜롬비아 원두 브랜딩) 작은 것(tall) 2잔이 12달러다. 1층 기념품 코너에서 파는 앞치마는 150달러. 칵테일이 16~18달러.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은 하루 평균 손님 8000명이 찾고, 한 사람이 일반 스타벅스 매장의 3~4배 돈을 쓴다는 게 스타벅스 측 설명이다. 월~목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 금요일 오전 7시부터 자정, 토요일 오전 8시~ 자정, 일요일 오전 8시~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시카고=박영주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