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제2 파운드리 부지 선정 초읽기

기존 텍사스 오스틴 공장 인근 테일러시 유력…이재용 추석 연휴 출장 가능성

물류 효율화 유리하고 셧다운 위험분산 효과…”타 후보지와 비교해 최종 판단”

삼성전자의 미국 내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6일 재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는 새 공장 부지로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에 있는 테일러(Taylor)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2 공장 건설은 삼성전자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170억달러(약 20조원)를 신규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후보지 선정을 두고 한국은 물론 미국 현지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삼성은 테일러시와 함께 기존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 애리조나주의 굿이어와 퀀크리크, 뉴욕주 제네시 카운티까지 총 5곳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들 중 테일러시가 입지의 장단점, 세제·인프라 지원 등의 조건을 감안할 때 최적의 입지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테일러시 내 공장 후보지인 ISD 부지는 기존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과 약 40㎞, 자동차로는 약 30분 거리다.

기존 오스틴 공장에 증설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올해 초 불어닥친 한파와 폭설로 풍력·가스 발전 등이 멈춰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장이 셧다운(가동중단) 된 게 대체 후보지를 물색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셧다운으로 삼성전자는 약 40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테일러시에 공장을 지을 경우 단전과 단수 등의 피해를 분산할 수 있고, 오스틴 공장의 기존 공장과 멀지 않은 입지를 활용해 원자재 운송의 효율성도 꾀할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6월 테일러시 내 독립교육구(ISD)를 부지로 공장을 건설할 경우 세제혜택 등을 요청하는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삼성은 투자 결정이 이뤄지면 내년 1분기에 착공해 2024년 말 양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현지 매체들도 결정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소식을 속속 전하고 있다. 현지 매체인 테일러프레스는 오는 8일 윌리엄 카운티와 테일러스템 삼성전자 간 합동 회의에서 중요한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테일러프레스는 보도에서 “테일러 시의회와 윌리엄슨 카운티 위원이 삼성이 반도체 공장의 위치로 윌리엄슨 카운티를 선택한 것을 지원하기 위한 결의안에 대한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어 테일러프레스는 시의회가 삼성에 대한 세금 감면안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테일러프레스 보도에서 빌 글라벨(Bill Gravell) 윌리엄슨 카운티 판사는 “윌리엄슨 카운티와 텍사스주에 수천 개의 일자리가 있는 중요한 경제 개발 프로젝트를 가져올 기회를 갖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리 지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좋은 급여를 받는 일자리가 필요하며, 이 프로젝트를 유치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3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2021.8.1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난 것도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 투자 지역의 확정 발표가 임박했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출소 11일 만인 지난달 24일 향후 3년 내 240조원을 국내외에 투자하고 4만명을 신규 고용하겠다는 투자 및 고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반도체·바이오 등 주요 사업에 열의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각종 투자 결정도 빨라질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오는 추석 연휴에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오를 수 있고, 미국 투자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제2 파운드리 부지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측은 “현재는 지역별 절차가 진행 중이고, 이번 공지도 그 일환으로 오스틴이 속한 매너(Manor) 교육구 등도 비슷한 절차가 있었다”며 “현지 의회의 의결을 거쳐서 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결정도 유보되는 것이고, 의회의 결정이 나오면 나머지 후보들과 비교해서 최종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6일 공시를 통해서도 “신규 반도체 공장 투자와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미국 내 제2 파운드리 공장 부지로 테일러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모습. (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