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비행 중 술을 마시고 잠이 들면 기내 기압이 낮아지면서 혈중 산소포화도(SpO2)가 떨어지고 심박수가 증가해 심장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항공우주센터의 에바-마리아 엘멘호스트 박사팀은 4일 의학 전문지 ‘흉부’를 통해 대기압 조건과 항공기 순항 고도의 기내 기압을 모방한 수면실에서 음주 후 수면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순항 고도에서 음주 후 잠을 자면 젊고 건강한 사람도 심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장거리 항공편에서 알코올 제공과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연구팀은 18~40세의 건강한 남녀 4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대기압(1013hPa) 수면실과 2438m의 순항 고도(753hPa) 수면실에 배치했습니다. 이후 맥주·와인·보드카 등을 마신 그룹과 마시지 않은 그룹의 수면 주기, 산소포화도, 심박수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 순항 고도에서 술을 마시고 잔 사람들은 수면 중 평균 산소포화도가 85% 내외로 떨어지고, 심박수는 분당 평균 88회로 증가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들의 산소포화도는 평균 88% 이상이었고, 심박수는 73회 미만이었다.
대기압 조건에서 술을 마시고 잔 그룹은 산소포화도가 95%, 심박수는 분당 77회 미만이었으며, 술을 마시지 않은 그룹은 산소포화도 96%, 심박수 64회 미만이었다.
산소포화도가 건강 기준(90%) 이하로 내려간 시간은 순항 고도에서 음주 후 수면을 취한 경우 201분이었고, 술을 마시지 않은 경우는 173분이었다. 대기압 조건에서는 음주 여부와 상관없이 산소포화도가 90%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다.
연구팀은 고도가 상승하고 기압이 급격히 떨어지면 건강한 사람도 산소포화도가 낮아질 수 있다며, 산소포화도가 90% 아래로 떨어지면 저기압성 저산소증이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알코올을 섭취하고 저산소 상태에서 잠을 자면 심장에 큰 부담이 된다는 사실이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알코올 섭취량이 많을수록, 고령층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승객에게는 부담이 더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장거리 항공편에서는 기내 알코올 제공과 섭취 제한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