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교각에 부딪히며 순식간에 무너져…구조된 2명중 1명은 중상
새벽 발생·사전 조난신호로 대형참사 막아…한국인 피해보고 없어
사고원인, 선박 동력 문제 추정…메릴랜드 주지사 “테러 증거 없다”
대형 선박이 교각에 부딪히면서 순식간에 발생한 이 사고로 다리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8명이 추락했으며 이 가운데 6명이 실종됐다.
사고 발생 직후 실종자 규모가 최대 20명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으나 교통량이 적은 새벽 시간대에 발생한데다 선박이 충돌 전 조난 신고를 하고, 차량 출입 통제가 이뤄지면서 대형 참사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수중 구조 작업을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계속 파악하고 있다.
다만 테러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일단 결론을 내린 상태다.
로이터·AP·AFP통신, 뉴욕타임스(NYT), NBC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전 1시27분께 볼티모어 항만을 가로지르는 다리인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이하 키 브리지)의 교각에 대형 화물선 한 대가 충돌했다는 보고가 해안경비대에 들어왔다.
첫 보고는 ‘모터 선박이 다리와 충돌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충돌로 교량이 가운데 부분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사고 당시에는 교량의 도로 보수 작업도 진행되고 있었으며 사고 발생 초기에는 다리 위를 지나던 일반 차량 여러 대도 강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고 영상을 보면 대형 컨테이너선이 영상에 기록된 시간상으로 오전 1시28분께 주 교각 두 개 중 하나와 충돌한다. 키 브리지 다리는 그 직후 중간 상판부터 주저앉듯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다.
NYT는 사고 선박이 교각과 충돌 직전 방향을 돌리려 하는 모습이 보이며, 영상에서 보이는 교량 대부분이 약 20초 안에 붕괴했다고 전했다.
브랜던 스콧 볼티모어 시장은 “키 브리지가 저렇게 무너지는 것을 실제 볼 것으로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액션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보였다”면서 “생각할 수 없는 비극”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교량 붕괴로 강물로 추락한 사람은 모두 8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모두 사고 당시 교량 위에서 포트홀(도로 파임) 작업을 하던 인부라고 폴 위드펠트 메릴랜드주 교통부 장관은 밝혔다. 이 가운데 현재 2명이 구조됐으며 이 중 한 명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 외상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위드펠트 주 교통부장관은 다리 위를 지나던 차량의 운전자가 강물에 빠지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공사 인부만 있었던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볼티모어시 소방국 공보국장인 케빈 카트라이트는 사고 발생 초기에 CNN, 로이터통신 등에 “최소 20명의 사람과 여러 대의 차량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하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교각과 충돌하면서 선박에도 한때 화재가 발생했으나 곧바로 진화돼 22명의 선원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인 피해도 현재까지는 확인된 것이 없다고 주미 한국대사관은 연합뉴스에 밝혔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다리 붕괴와 관련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소방당국 등은 수중 드론, 음파 및 적외선 장비 등을 통해 물속에 여러 대의 차량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수심은 50m 정도이며 해가 뜨기 전 수온은 영상 8℃였다.
당국은 현재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나 테러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무어 주지사는 “교량 붕괴의 예비 조사 결과 사고로 보이며 테러 공격이라고 믿을 만한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선원들이 당국에 동력 문제(power issue)를 알렸다고 확인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선박이 충돌 전에 동력을 잃었는지를 묻는 말에 “그렇다”라고 답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또 선박이 사고 전에 조난 신호(Mayday call)를 보냈으며 이 때문에 당국이 교량의 차량 통행을 제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무어 주지사는 조난 신호를 듣자마자 교량을 차단하고 차량 교통 통제를 한 이들이 아니었다면 운전자들이 물에 빠지게 됐을 것이라며 “이 사람들은 영웅이다. 그들은 어젯밤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사고에 대해 보고 받았으며 사고 대응에 가용한 연방 자원을 투입할 것을 지시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사고를 낸 컨테이너선은 싱가포르 선적의 ‘달리’ 호로 이날 오전 1시께 볼티모어에서 출항했으며 파나마 운하를 경유해 스리랑카 콜롬보로 갈 예정이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선박이 사고 당시 컨테이너 약 4900개를 싣고 있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이 2015년 건조한 이 선박은 3만2000t, 290m 크기에 컨테이너 약 9700개를 실어나를 수 있다. 선주는 그레이스 오션, 용선사는 글로벌 해운사인 머스크로 알려졌다.
키 브리지 이 다리는 퍼탭스코 강 하류에 있는 볼티모어 항 외곽을 가로지르는 길이 약 2.6㎞의 교량이다. 전체 교량 중 56m 가량이 강물 위를 지나고 있으며 이번 사고로 해당 구간 대부분이 붕괴됐다.
1977년 개통한 이 다리는 695번 주간 고속도로의 일부다.
양방향 4차선인 이 다리로 수천대의 차량이 매일 통행하고 있다고 AP통신 등은 보도했다. 이 때문에 주중에 발생했으면 인명 피해가 훨씬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로 볼티모어항의 선박 출입은 중지된 상태다. 다만 트럭 출입은 여전히 허용된 상태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볼티모어항은 미국 동부 해안에서 가장 붐비는 항구 중 하나이며, 특히 자동차와 소형 트럭을 취급하는 항구로는 13년 연속 미국 최대 물동량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밝혔다.
메릴랜드 항만청에 따르면 지난해 최소 75만대의 차량이 볼티모어항에서 처리됐다.
다만 전체적인 컨테이너항구 규모로는 미국 북동부 항구 중 가장 작은 항구에 속하며 뉴욕 및 뉴저지 항구 물동량의 10분의 1 수준을 처리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볼티모어항의 물량은 인근 다른 항구로 재분배될 가능성이 있다고 이 매체는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