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은 선택’이라던 공화, 델타변이에 “접종하라” 급변

“안 맞으면 작년 가을로 회귀” 경고, 기류변화 뚜렷…’백신 음모론자’도 여전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대하는 미국 공화당 의원들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

잡힐 듯했던 대유행 사태가 델타 변이 확산으로 재연 조짐을 보이자 그간 백신 접종을 개인 선택의 문제라고 치부했던 이들이 접종을 권고하고 나선 것이다.

21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가능한 한 빨리 모든 사람이 접종해야 한다. 안 그러면 작년에 겪었던 원치 않은 가을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어떤 주저함도 없어야 한다”며 최근 델타 변이 확산에 따라 접종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화당 하원 3인자인 엘리스 스터파닉 당 의원총회 의장도 지난주 지역구 재계 인사들을 만나 접종률을 올리는 게 경기회복의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곧바로 약국을 찾아 백신을 맞았다.

이를 두고 WP는 “공화당 일각에서 백신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등 회의론이 여전한 가운데 나온 것”이라며 “정부의 백신 노력에 맞서 당내에 자리 잡은 반(反)백신 음모론에서 벗어나려는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전했다.

코로나 백신접종 홍보 투어 벌이는 미 대통령 부인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 백신접종 홍보 투어 벌이는 질 바이든 여사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공화당 내 의사 출신 의원 모임인 닥터스 코커스는 올해 초 상·하원 의원들이 유권자에게 백신을 권유토록 하는 내용의 발표문을 다시 배포키로 했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듯 백신 효능 회의론을 증폭해왔던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 진행자들도 즉각적인 접종을 촉구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농간이라던 유명 진행자 션 해니티는 전날 “더는 죽음이 필요 없다”며 “접종은 너무 타당하다. 나는 접종 과학을 믿는다”고 말했다.

보수파의 기류 변화는 델타 변이가 미 전역에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특히 미접종자들이 무더기로 입원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CNN이 지난 5월 535명의 연방의원을 조사한 결과, 민주당은 100%가 완전히 접종했고 공화당은 하원이 44.8%, 상원이 92% 접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마조리 테일러 그린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물론 여전히 백신 거부감을 굽히지 않는 의원들도 있다.

미접종자인 론 존슨 상원의원은 이날 보수매체 뉴스맥스에서 “접종 등 의료 처치를 거부한다고 해서 압박, 강요당하거나 보복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바이러스가 비만이 아닌 사람과 65세 미만자에겐 위험하지 않다”는 거짓 주장 트윗을 했다가 전날 일시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도 “과학을 숭배하지도, 과학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은 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난 백신을 믿는다”고 맞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