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과정서 15분 분량 테이프 재생…”해병대 사령관이 채널을 가동해 보니…”

항명 혐의를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군 검찰의 첫 소환조사가 이뤄졌으나 박 전 단장의 진술 거부로 20여분 만에 종료됐다.
박 전 단장은 28일 예정보다 10분 이른 오후 1시 50분께 해병대 전투복을 착용하고 국방부 검찰단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출석에 앞서 취재진에게 군검찰에 서면으로 작성한 사실관계 진술서와 의견서를 제출하겠으나, 직접적인 진술은 거부하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조사에서 박 전 단장 측은 계획한 대로 진술을 거부하고,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외압 의혹의 증거라며 박 전 단장과 변호인 등이 등장하는 녹음파일을 일부 재생했다. 김 변호사는 “해당 테이프를 재생하자 군 검찰이 당황해 조사를 중단했다”면서 “조사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테이프는 “해병대 사령관이 채널을 가동해보니…”라는 말로 시작되는 15분 분량의 녹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군 검찰이 녹음파일 재생을 중단시키고 증거물로 제출하거나 정식 조사를 받으라고 했으나, 박 전 단장은 거부하고 퇴청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내달 4일 수원지법에서 열리는 박 대령의 보직해임 무효확인 소송에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요청했으며, 김 사령관이 이 자리에서 외압 관련 증언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경북경찰청이 지난 2일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넘겨받은 초동수사 자료를 곧바로 국방부 검찰단에 돌려준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북경찰청이 사건기록을 실물로 받고는 곧바로 복사해 사본을 갖고 있었다는 정보가 있다. 상식에 벗어나는 이례적인 행동인데, 국방부 장관의 부탁이라 해서 경찰이 범죄행위를 구성할 수도 있는, 자기 목을 내놓을 일을 했겠느냐”며 경찰에도 외압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군은 박 전 단장에 대해 추가 소환을 검토하는 등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군 검찰은 지난 25일 박 전 단장에게 보낸 출석요구서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면 군사법원법에 따라 체포될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박 전 단장은 지난 달 19일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대 채 모 상병 관련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군형법상 항명)로 입건됐다.
해병대 수사단 초동조사에서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된 임성근 해병대 1사령관 등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 결과 혐의자 위치에서 제외됐으며, 관련 자료는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상연 대표기자,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