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 소비자들 집단소송에 ‘커미션 6%’ 명기 폐지
주택 구매자가 수수료 내야할 수도…전체 부담은 25~50% 줄어들 듯
지금까지 미국에서 주택을 사고 팔때 보통 주택을 판매하는 셀러는 거래되는 집값의 6%를 부동산 중개인 수수료로 홀로 지불해 이른바 ‘독박’을 쓴다는 불만을 가져왔다.
100만달러 짜리 집을 팔 경우 판매자는 이 가운데 6만달러를 자신의 부동산 에이전트 및 구매자(바이어)의 에이전트에 나누어 지불하는 것이 관행이어서 실제로는 94만달러만 받아온 셈이다.
하지만 주택 판매자들이 전국 150만명 이상의 부동산 중개인이 가입한 NAR(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면서 부동산 시장 자체를 흔드는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중개인들이 적용하는 6%의 수수료가 사실상 ‘담합’이어서 독과점(antitrust)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피고 측인 NAR은 패소를 직감하고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지난달 원고 측에 4억1800만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하는 한편 그동안 고수해왔던 판매자에 대한 6% 수수료 부과 정책을 포기하기로 합의했다.
7월부터 실시되는 이 합의에 따라 NAR은 주택 리스팅 사이트인 MLS에 중개인의 수수료를 확정해서 표기할 수 없으며, 중개인은 정해진 비율이 아니라 거래 때마다 수수료에 대한 별도의 계약을 맺어야 한다.
조지아한인부동산협회 한 현 회장은 “이번 합의는 수수료를 일률적으로 인하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셀러의 일방적 부담을 금지한 것”이라며 “7월부터는 셀러와 바이어가 합의해 중개인 수수료 비율을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회장은 “이러한 사실이 잘못 알려지면서 셀러들이 7월 이후에 집을 내놓겠다며 리스팅을 미루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매물이 더 말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합의가 적용될 경우 현재와 같은 ‘셀러 마켓’에서 바이어의 수수료까지 부담하려는 셀러는 극히 드물 것으로 보인다.
바이어의 경우 그동안 판매자(셀러) 측이 제공하는 3%의 수수료 덕분에 별도의 부담 없이 집을 살 수 있었지만 7월부터는 직접 수수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또한 중개 수수료가 자율화하면서 여러 중개인을 대상으로 한 ‘수수료 비교 쇼핑’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개인들 사이에서 수수료 인하 경쟁이 일어나면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전역의 중개인들을 인터뷰한 뒤 이들이 3가지 반응을 보인다고 소개했다. 첫째 그룹은 업계의 지형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고, 두번째 그룹은 새로운 수수료 트렌드를 받아들여 발빠르게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 CNN은 부동산 분석기관인 TD코웬 인사이트의 조사를 인용해 “결국 주택 거래시 중개인들의 수수료 수입이 현재보다 최소 25%, 최대 50%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일부 브로커들은 주택가격에 따른 비율(%)이 아니라 정해진 금액만 받는 정액제나 대폭 할인된 수수료 비율을 적용하는 등의 고육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마지막 그룹은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업계를 떠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DC의 중개인 프랭클린 살라스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당의 닭처럼 뛰어다니며 바이어를 찾아 설득해야 할 것 같아 주택 리노베이션이나 개발 분야로 전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부동산 중개인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속히 늘어나 NAR 회원 숫자는 10년전보다 50만명 이상 증가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이번 수수료 합의로 인해 경쟁력없는 중개인들이 대거 업계를 떠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회장은 “7월부터 새로운 수수료 방식이 도입되면 향후 1~2년 간은 기존의 관행과 공존하는 과도기적인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며 “이 기간 동안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한인 중개인들이 서로 지혜를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