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주 대법원 ‘현금보석금제 폐지’ 합헌 판결…형사 피고인 인신 구속 안해
18일 시카고 언론과 폭스뉴스·NBC 등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대법원은 이날 주 사법개혁안의 핵심 내용인 현금보석금제 완전 폐지 및 재판 전 피고인 석방 조항이 주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메리 제인 시스 주 대법원장은 다수의견을 통해 “1970년 제정된 일리노이 헌법은 현금 보석금제를 ‘형사 피고인을 재판에 출석하도록 하는 유일한 수단’ 또는 ‘대중을 보호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규정짓고 있지 않다”며 “우리 주의 헌법은 피고인의 권리와 범죄 피해자 권리 사이에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재판부 의견은 지지 정당별로 갈려 민주당 소속 대법관 5명은 ‘합헌’, 공화당 소속 대법관 2명은 ‘위헌’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현금 보석금제가 폐지되면 일리노이는 중범죄 혐의로 체포·기소된 피고인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구금하지 않고 재판을 기다리게 하는 사법 시스템을 가진 미국 최초의 주가 된다고 시카고 선타임스는 전했다.
지금까지 형사 피고인은 법원에서 보석금을 책정받고 수감됐다가 보석 보증금을 납부할 경우에만 석방돼 재판을 기다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피고인 누구나 재판을 통해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을 수 있다.
다만 검찰이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해 ‘재판 전 구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이를 위한 별도 심리가 열린다.
이 법안은 민주당이 다수당인 주의회가 만들어 J.B.프리츠커 주지사(민주)가 서명했고, 당초 지난 1월 발효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리노이주 102개 카운티 가운데 65개 카운티의 검사장들과 보안관들이 작년 11월 “법안이 졸속 처리됐을 뿐 아니라 주 헌법에 위배된다”며 시행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작년 12월 “보석 결정은 주 헌법에 보장된 판사의 독립적이고 고유한 권한”이라며 의회가 주 헌법 개정 없이 현금 보석제를 폐지한 것은 3권 분립 원칙 위반이자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로 인해 법안은 소송을 낸 65개 카운티를 제외한 37개 카운티에서 우선 발효될 예정이었으나 주 대법원이 발효를 하루 앞둔 12월 31일 혼란을 우려, “시행 전면 보류” 명령을 내렸다.
법안 지지자들은 “보석금 지불 능력이 있으면 자유로운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돈이 없으면 구금 상태로 재판받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범죄자들이 체포 직후 지역사회로 복귀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이 법안이 범죄 처벌 수위를 크게 낮추고 경찰의 체포 권한을 제한해 주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우려한다.
이번 판결로 일리노이 주 전역의 판사·검사·변호사·법원 직원들은 계류 중인 형사 사건의 처리 방식을 바꿔야 한다.
대법원은 60일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9월 18일부터 법안이 발효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