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도시의 사무실 공실률이 통계자료가 있는 지난 197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디스 애널리틱스 자료를 인용, 지난해 4분기 기준 주요 도시 사무실 공실률이 19.6%였다고 8일 보도했다.
이는 전년동기 18.8%보다 오른 것으로, 1986년과 1991년의 이전 최고 기록 19.3%도 넘는 수치다. 무디스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9년 이후 44년 만에 가장 높다.
또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무분별하게 업무용 건물을 많이 지은 것도 지금 공실률 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WSJ은 지적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까지 부동산업자들은 대출을 쉽게 받아 건물을 많이 지었다. 특히 땅값이 싸고 건축 인허가가 쉬운 남부 지역에 건설 붐이 일었다. 금융기관들은 분양도 안 된 업무용 빌딩 건설 사업에 돈을 많이 빌려줬다.
1980년대에 맨해튼 오피스 타워 1540 브로드웨이를 건설한 부동산업자 브루스 아이히너는 “내가 100만 평방 피트에 달하는 건물을 지었는데, 당시 모두 공실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사무실 공간은 넘쳐났다.
이런 공급과잉은 지금까지 업무용 빌딩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미국이 왜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들보다 공실률이 훨씬 높은지를 설명해준다.
당시 지은 건물은 지금 노후화돼 인기도 없다.
부동산 중개업체 CBRE의 메리 앤 티게 본부장은 “빈 건물 대부분은 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지어진 것들”이라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공급이 많았던 남부 지역 공실률이 높다.
현재 미국의 오피스 공실률 1~3위 도시는 모두 텍사스주로, 휴스턴, 댈러스, 오스틴이다. 지난 1991년 당시에는 플로리다의 팜비치와 포트 로더데일 그리고 텍사스주 샌안토니오가 1~3위였다.
비용 절감을 해야 하는 기업들이 직원 1인당 사용 공간을 줄이기 시작한 것도 오피스 시장에는 악재다.
코로나19 유행은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확산시키면서 직원 1인당 필요 공간을 더 줄였다.
WSJ은 1990년대 초의 오피스 시장 위기는 경제가 다시 호황을 누리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종료됐지만 지금은 공실률 상승이 경제 상황과는 별 관련이 없는 데다 재택근무는 더 인기를 끌고 있어서 공실률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