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단체들, 아프리카서 ‘낙태 금지’ 로비 나서

“지난해 연방 대법원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에 영향받아”

미국 보수단체들이 아프리카에서 낙태 금지를 위한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AP 통신이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비영리 기독교 보수단체 ‘패밀리 워치 인터내셔널'(FWI)은 지난 4월 우간다 엔테베에서 열린 국제회의 ‘가족의 가치와 주권’에 자금을 지원했다.

잠비아, 케냐 등 아프리카 20여 개국 국회의원 다수가 참여한 이 회의에서는 낙태, 피임, 동성애 등이 ‘병폐’로 규정됐다.

앞서 FWI 대표 샤론 슬레이터는 지난해 9월 아프리카 변호사 협회 연설에서 원조국들이 합법적 낙태와 성교육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성적인 재식민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또 다른 기독교 단체 ‘휴먼 라이프 인터내셔널'(HLI) 역시 최근 아프리카 남부 국가 의원들을 상대로 특정 상황에서의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마련해서는 안 된다는 로비를 벌였다.

아프리카연합(AU)은 약 20년 전 강간,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인 경우와 출산 시 산모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 등에는 낙태권을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낙태 금지에 예외가 있어선 안 된다는 게 HLI 측 주장이다.

HLI는 로비 이후인 지난 3월 지지층을 향해 “여러분 덕에 말라위가 합법적 낙태로부터 안전해졌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현재 보수 단체 여럿이 부룬디, 콩고, 케냐 등 동아프리카 국가에서 강간, 근친상간 혹은 산모 생명에 위험이 있을 경우 낙태를 허용하도록 한 법 조항을 문제 삼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아프리카 내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했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이 폐기되면서 힘을 얻었다고 AP는 설명했다.

미국은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따라 여성의 낙태권이 수정헌법 14조의 사생활 보호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단, 임신 6개월 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했으나 보수성향 판사가 다수를 이룬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6월 이 판결을 폐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생식 보건 분야의 최대 후원국인 만큼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는 아프리카 등 전 세계 낙태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국제 낙태권 옹호 단체 ‘MSI 생식 선택’ 에티오피아 지부 책임자는 현재 에티오피아 내 낙태 반대 단체들은 대부분 외부 세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