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제로’ 리비안, 시총 3위 자동차 기업 올라

시장가치 1400억 달러 돌파…폭스바겐도 제쳐

루시드는 포드 추월…전기차 주가 거품론 부각

공식 매출 실적이 단 한 푼도 없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이 상장 이후 닷새 거래일 간 주가가 급등하며 시가총액 기준 3위 자동차 기업에 올랐다.

리비안은 16일 뉴욕 증시에서 시총 14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유럽 최대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 시장가치를 추월했다고 CNN 방송 등이 보도했다.

리비안의 주가는 전날보다 15.16% 급등한 172.01달러로 장을 마쳤고 시총은 1467억 달러(173조 원)를 기록했다.

리비안에 시총 3위를 내준 독일 기업 폭스바겐은 연간 1000만 대를 생산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 시장가치는 1390억 달러다.

2009년 설립된 신생기업 리비안은 현재까지 전기차 배송 실적이 150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리비안은 지난주 상장 직후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시총을 뛰어넘었고 폭스바겐마저 제쳤다.

리비안은 지난 10일 미국 나스닥에 데뷔했다. 공모가는 78달러였으나 106.75달러로 거래를 시작해 5거래일 연속 랠리를 이어갔다.

외신들은 전기차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 기대감이 리비안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리비안은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20억 달러 영업손실을 냈지만, 지난 9월 전기차 픽업트럭 R1T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수익을 내기 시작했고 다음 달 스포츠유틸리티차(SUV) R1S도 선보일 계획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보유 주식 처분으로 테슬라 주가가 요동친 것도 리비안에 반사이익을 안겨줬다는 평가다.

CNN 방송은 “10년 전 테슬라 투자 기회를 놓쳤던 사람들이 또 다른 전기차 개척기업(리비안)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리비안이 반테슬라 진영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아마존과 포드는 리비안을 ‘테슬라 대항마’로 점찍고 2019년부터 지금까지 약 105억 달러를 투자했다. 아마존은 리비안과 배달용 전기차 10만대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우주 산업 주도권을 놓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경쟁을 펼치고 있는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는 자신이 설립한 우주 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의 우주선 발사 현장에 리비안 전기차를 등장시키는 방식으로 테슬라에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감에 테슬라의 잠재적 경쟁 업체로 평가받는 스타트업 루시드도 시총 899억 달러(106조 원)로 치솟으며 포드(791억 달러)를 뛰어넘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루시드 종가는 23.71% 급등한 55.52달러였다.

하지만 전기차 신생 기업들이 최근 며칠 만에 전통적 자동차 기업의 시장가치를 훌쩍 뛰어넘자 주가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월가 자산운용사 밀러 타박의 수석시장전략가 매슈 메일리는 “거품이 다시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또 다른 징후”라고 진단했다.

한편 머스크의 주식 처분으로 최근 추락했던 테슬라 주가는 이날 반등에 성공했다. 테슬라는 4.08% 오른 1천54.73달러로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