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미국도 대구에서 배우자…다시 문 연 서문시장

“IMF보다 몇배 더 힘들지만 대구시민은 꼭 이겨낼 겁니다”

“불편해도 남에게 욕 안하고 외출하지 말라면 안하잖아요”

서문시장의 명물 칼제비.

“아이고 눈물이 날라카네예…”

17일 정오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2지구 옆에서 칼국수를 파는 박모씨(56·여)가 한 달 만에 다시 문을 열고 첫 손님의 주문를 받자 감격에 겨워 한 말이다.

그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칼국수를 내주면서 “기운을 차리고 이제 다시 일어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서문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에서 무서운 기세로 뻗어간 지난달 25일부터 1주일간 휴장했다.

이렇게 긴 휴장은 시장이 생긴지 500년 만에 처음이다.

대구의 코로나19 기세가 확연히 꺾인 17일 시장 상인들이 하나둘 조심스럽게 다시 개장을 준비하느라 분주했지만 손님으로 크게 붐비던 예전과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칼국수와 수제비를 섞어 ‘칼제비’를 파는 노점상 김모씨(67·여)는 풋고추와 쌈장, 깍두기를 수북히 내주며 “오늘 첫 손님이니까 아낌없이 준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을 중단했던 대구 서문시장 상인들이 17일 정오 무렵 점심 손님을 맞이하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2020.3.17/뉴스1

김씨는 “장사가 한창일 때는 하루에 50그릇 넘게 팔았는데, 어제는 10그릇도 못 팔았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일하는 아주머니가 1명 있었는데 손님이 줄어 내보냈다고 한다.

“집 밖에 나가지 못하고 한달 가까이 쉬는 바람에 갑갑하고 몸살이 날 뻔했다”는 한 상인은 “시장에 나오니까 살 것 같다”고 했다.

봄·가을 혼수철에 1년 먹을거리를 벌어야 하는 서문시장 혼수전문상가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도 혼수상가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 가게 중 절반 가량만 문을 열었다.

가게 마다 곱디고운 한복 신상품이 줄줄이 내걸렸지만 상인들의 입에서는 한숨 소리만 쏟아져 나왔다.

“20년 넘도록 시장에 살았는데, 이렇게 사람 구경하기 힘들기는 처음”이라는 한복점 사장 이모씨(61·여)는 이렇게 말했다.

“대구 시민들 저력이 있지요. 불편해도 남에게 욕 안하고, 외출하지 말라면 안하잖아요. IMF보다 몇배 더 힘들지만 꼭 이겨낼겁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을 중단했던 대구 서문시장 상인들이 17일 정오 무렵 점심 손님을 맞이하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2020.3.1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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