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최첨단 스마트 공장 진수 선보여
여의도의 4배. 지평선이 보일 만큼 광활한 대지 위, 전자음 하나 없이 정돈된 공장 내부는 비현실적인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기름 냄새도, 소음도 없다.
대신 수백 대의 로봇팔이 쉼 없이 차체를 조립하고, 노란 로봇개 ‘스팟’이 어슬렁거리며 용접 부위를 점검하고 있었다. 이곳은 현대차그룹이 ‘미래’라고 부르는 공장, 조지아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다.
◇ 로봇팔 100개, 그리고 움직이는 로봇들
27일 취재진은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조성한 메타플랜트를 찾았다. 공장 입구에서부터 ‘스케일’이 달랐다. 미국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며 울산공장의 2.5배에 달하는 1176만㎡(약 356만 평) 부지를 무상 제공했고, 현대차는 이 땅에 로봇이 주도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미래형 공장을 세웠다.
전기차 조립 라인에 도착하자 100개가 넘는 거대한 로봇팔이 자동차 차체를 쥐고 회전하며 용접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기자의 눈길을 끈 건, 차 문을 붙이는 공정. “근로자들이 가장 기피하던 힘든 작업이죠. 메타플랜트에선 세계 최초로 100% 로봇화했습니다.” 권오충 법인장(전무)이 설명했다.
로봇팔은 마치 시력을 가진 것처럼 차체를 스캔한 뒤, 100㎏에 육박하는 차 문을 정확하게 들어올려 조립했다. 오차는 없다. 소프트웨어가 실시간으로 위치를 계산해 오류를 바로잡기 때문이다.
◇ “스팟이 돌아다니는 공장입니다”
조립을 마친 차량이 다음 공정으로 옮겨지면, 로봇개 ‘스팟(SPOT)’이 투입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이 네 발 달린 기계는 용접 부위나 조립 단차를 스캔하며 품질 상태를 분석한다. 스팟이 이동한 자리에선 빛나는 용접 부위가 반짝였다. “사람은 실수하지만, 기계는 그렇지 않다”는 권 전무의 말이 그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차체 검사뿐만이 아니다. 조립을 마친 완성차는 자율주행 주차로봇이 이동시킨다. 의장 공정, 도장 공정, 배터리 조립, 테스트까지 로봇이 이끄는 ‘퍼포먼스’는 말 그대로 예술이었다.
◇ “모래알도 잡아낸다”…사람의 한계를 넘어선 로봇
메타플랜트의 품질 시스템은 상상을 초월한다. 도장 공정에서는 로봇이 차량 외부의 먼지와 결함을 육안보다 정밀하게 감지한다. “모래알 만한 이물질도 로봇은 놓치지 않습니다.” 권 법인장의 목소리에 자부심이 묻어났다.
현재 880명의 인력이 하루 1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울산공장과 비교하면 인원은 3분의 1 수준이지만, 품질 면에서는 더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 디지털 트윈 공장, 아틀라스의 등장 예고
“메타플랜트는 소프트웨어 중심(SDF) 공장입니다.” 권 전무가 안내한 다음 공간엔 대형 디스플레이가 가득했다. 이곳에서 모든 공정은 데이터로 기록되고, 디지털 트윈 기술로 시뮬레이션된다. 생산 설비를 개조하거나 신차종을 투입할 때는 현실에서 테스트할 필요가 없다. 가상 공장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린 후, 그 데이터를 실제 설비에 적용하면 된다.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도 곧 투입 예정이다. 이미 AI 기반 훈련을 마친 아틀라스는 단순 반복 업무부터 점차 고도화된 작업에까지 배치될 계획이다. “로봇이 일을 하면 사람은 더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죠.”
◇ “자동차 공장의 정의를 바꾸다”
현대차 메타플랜트는 단순히 자동차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다. 그것은 기계가 사람처럼 사고하고, 판단하며, 움직이는 ‘생산의 진화’ 그 자체였다.
울산보다 더 진보된 공장, 인간의 실수를 보완하는 기술, 공장 안의 로봇개와 로봇팔… 마치 미래 영화 한 장면 속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권 법인장의 말처럼, 이곳은 단순한 조립공장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자동차 생산기지”였다. 그리고 그 미래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