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스의 빌스 웰스에 사는 전직 우체부 로드니 홀브룩(75)은 최근 자택 마당 창고에서 밤사이 자신이 정리하지 않은 물건들이 정리된 것을 목격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기 위해 창고 작업대에 야간 투시 카메라를 설치했더니 놀라운 장면이 촬영됐다.
작은 쥐 한 마리가 작업대에 놓여있는 물건들을 상자 안에 넣어 정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이 장면이 마치 요리사가 되고 싶어하는 쥐가 요리를 못하는 청년을 도와 음식을 만든다는 픽사 애니메이션 ‘라따뚜이'(2007)의 장면을 연상케 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홀브룩은 “처음에는 밖에 뒀던 새 먹이가 창고 안에 있던 낡은 신발에 들어있는 것을 보고 카메라를 설치했다”며 “쥐가 물건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쥐의 창고 정리는 거의 두 달간이나 계속됐다고 한다.
이 쥐에게 ‘웨일스의 깔끔이 쥐’라는 별명을 지어줬다는 홀브룩은 “나는 이제 쥐가 알아서 정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창고를 치우지 않는다. 내가 물건을 꺼내놓으면 100번 중 99번은 쥐가 밤새워 정리해 준다”고 전했다.
다만 이같은 영상이 실제로 검증된 것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물건 정리를 ‘즐기는’ 쥐의 행동이 목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19년 영국 브리스틀에서도 쥐가 새 모이 상자 안에 나사와 체인, 다른 금속 제품을 넣는 영상이 찍힌 적이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쥐들이 재미를 위해 이런 행동을 한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쥐와 다른 설치류는 종종 새로운 물건을 발견하고 상호작용하기를 즐긴다. 북미 등에 서식하는 산림쥐는 병뚜껑, 열쇠, 보석과 같이 반짝거리는 물건을 자기들의 굴 안에 모아두는 습성이 있다.
특이한 방식으로 둥지를 만드는 행동일 수도 있다고 다른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런던의 생물의학 연구센터인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조니 콜 박사는 이 같은 가설을 제시하며 “이 쥐가 수컷인지 암컷인지를 알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수컷과 암컷 쥐 모두 보온을 위해 둥지를 짓는데, 암컷 쥐는 임신 기간 새끼를 기르기 위해 둥지를 만든다.
그러나 푹신하고 따뜻한 재료로 둥지를 짓는 새들과 달리 이번에 포착된 쥐는 둥지 짓기에는 일반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물건을 모았다는 점에서 특이한 사례로 평가됐다.
‘웨일스 깔끔이 쥐’가 어떤 이유로 창고를 정리하든 간에, 그 행동을 매우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쥐의 채집 행동을 연구하는 브리스틀 대학교의 메건 잭슨 박사는 “이 쥐는 정리가 생존을 위해 필요하지 않은 데다 홀브룩이 매일 물건을 다시 전에 있던 자리에 놓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일 이 행동을 반복한다”며 “의미 없는 행동을 한다는 것은 이 쥐가 어떤 식으로든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